글 / 이병진(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스포츠는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저 텔레비전 보면서 박수나 치면 되는 줄 알았다.
우리 선수들이 이기면 신이 나서 다음날 하루 종일 기분 좋았고,
응원 보람도 없이 졌을 때는 마치 자기 자신이 진 것처럼 우울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스포츠가 세월을 먹으면서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박치기 왕 김일, 세계챔피언 홍수환을 얘기하며 동네 잔칫날 돼지 잡으면 신나는 게 또 하나 있었다.
돼지 오줌통이 생기기 때문이다.
돼지 오줌통에 보릿대를 꽂아 바람을 넣고 실로 묶으면 근사한
축구공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텔레비전도 귀했다.
동네에 한 두 집 정도 있을까. 빅 매치라도 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그 귀한
흑백 TV가 있는 집에 모여 앉아 연신 흥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일본의 대표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를 무참히 깨는
장면이 방송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박스컵, 킹스컵 대회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이 아시아의
축구강국 버마(미얀마)와 태국을 연파하던 모습은 두고 두고 화제 거리였다.
사각의 링에서 투혼을 불살랐던 김기수, 홍수환, 유제두 선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우리들의 우상이자 영웅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포츠는 ‘특별한 전문
선수들이나 하는 것’  ‘스릴과 감동을 주는 가장 극적인 드라마’ 정도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88서울올림픽은 생활체육의 터닝포인트

흔히들 생활체육의 터닝포인트를 88서울올림픽으로 잡는다.
그 이전까지는 생활체육이라기보다는 국가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장려한
사회체육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학교에 등교하면 국민체조를 의무적으로 했지 않던가.

생활체육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꽤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서민들에게는 ‘못 먹는 감’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직장이나 각급 학교, 대학 동아리, 친목조직 등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단합목적 또는
생산성 향상차원에서 체육대회를 여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즐기는 종목도 축구, 배구, 야구,
탁구 등 고전적 종목이 많았다.
그것마저도 대부분 구기 종목이었고 여성들의 참여도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국민체육진흥계획의 추진, 국민생활체육회의 탄생 등과 맞물려
생활체육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무렵 우리네 살림살이가 꽤 좋아진 것도 스포츠를
가장 친근한 놀이수단으로 다가오게 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
IMF 외환위기로 한때 주춤했지만 이래저래 생활체육참여율이 40%에 이르렀으니 실로 상전벽해다.

스포츠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종류도 다양해져

88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생활체육의 용도는 대개 실용적인데 있었다.
건강증진, 체력향상이라는 1차원적인 목적이 매우 강했다.
댄스스포츠가 사교의 대명사로 제도권 내에 진입하게 되고, 헬스가 다이어트의 단골메뉴가 된 것도
‘건강증진’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한몫을 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구기종목보다는 건강달리기나 등산이 더 큰 이슈가 되었고,
계절형 스포츠인 스키, 윈드서핑과 골프 같은 고급스포츠 붐마저 일었다.
생활체육은 주5일 근무시대가 열리면서 또 다른 양상으로 바뀌었다.

스포츠는 체력 및 건강증진 차원을 뛰어넘어 자기계발 혹은 자기완성을 위한
기호수단으로 승화
되었다.
줄넘기를 하더라도 음악줄넘기를 해야 하고, 그냥 자전거보다는 산악자전거가 인기를 끌고,
바운드테니스, 타겟버드골프, 디바댄스, 재저사이저 등 이름조차 복잡한 종목들이 줄이어 탄생했다.

생활체육을 즐기는 목적도 여가문화 시대답게 다양화되었다.
알면 위험해 보이는 클라이밍, X-게임, 패러글라이딩, 이종격투기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스릴을 추구한단다.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북극곰 수영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기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한다. 정신적인 안정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국학기공이나 기체조, 요가 등을 찾는다.

요즘은 바둑이나 낚시 등이 두뇌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레이싱카트를 위시한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와 트라이크, 에스보드 등 신종 스피드스포츠가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향후 어떤 스타일의 어떤 종목이 우리 일상에 다가올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생활체육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자 어떤가. 우리도 사회적 흐름에 몸을 맡겨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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