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우효동

 

                                                    

                                       그림 1.                                                                     그림 2.

     

                         

 

  이야기 하나, 초당 7만 장을 찍고 적외선을 감지하는 특수 카메라를 통해 테니스 스윙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관절 각도와 속도를 분석한다. 피부 표면에 붙인 작은 조각들은 언제,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지를 측정해 훈련 참여자가 적절하게 힘을 사용하고 있는지 혹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군용 레이더와 같은 기능을 가진 탄도추적시스템은 공의 회전과 속도, 높이, 각도, 궤적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얼마나 멀리 또 정확하게 날아가는지 판단한다.

 

  이야기 둘, 분석된 자료들은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음성, 이미지의 형태로 변환되어 훈련 참여자에게 제공되고, 여기에는 부족한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 향후 연습방향 등이 전부 포함된다. 이때, 인공지능 컴퓨터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해 테니스에 대한 모범답안을 도출하고 이를 고려한 피드백을 참여자에게 전달한다.

 

  스포츠과학이 낮선 사람들은 마치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이야기는 현재 실험실에서 전문운동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할 때 사용되는 장비들에 대한 설명이다. 비록 아직은 해당 장비들이 고가인데다가 운용에 어려움이 있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적용속도를 생각하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이미 예상했겠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미래를 가정하여 꾸며낸 이야기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살펴보면 이 또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향후 고급 스포츠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또 인공지능 컴퓨터와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스포츠현장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게 될 교육현장을 한 번 비교해보자.

 

 

                                그림 3.                                                                그림 4.

      

 

 

인공지능 : “뒤에서 라켓을 조금 더 내리고, 이때 손목의 각도를 20cm 아래로 내리세요!” “힘을 좀 빼고, 부드럽게 하셔야 합니다. 힘을 쓰는 순간을 2초 더 늦추세요!” “자꾸 네트에 걸리죠? 조금 더 높게 보고~ 공에 회전을 30% 정도 더 주시면 되요! 무릎을 아래로 30cm 더 구부리고요!”

 

지도자 : “

 

  애석하지만, 운동기술에 대해 분석하고 조언하는 것에 관해서는 미래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사람보다 나으면 나았지 더 못할 것 같지는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사리데스와 스티글리츠,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 등 언제부터인가 전 세계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입만 열면 하는 얘기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스포츠 현장에서는 어떨까? 과학기술의 발전이 스포츠 지도자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날이 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10년 간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고, 8년 간 스포츠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지금부터 필자는 어째서 미래에도 스포츠 지도자들이 굳건히 건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살펴보자.

 

 

                                      그림 5.                                                        그림 6.

   

                                                                                                   

 

  첫째, 모든 사람은 성별부터 나이, 신체능력, 추구하는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다르다. “21세기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의 테니스 동작은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하기에 로저 페더러 처럼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근처 테니스장을 지나가다 노란 공이 너무 예뻐 큰 맘 먹고 시작한 30대 주부, 몇 년 전 다친 무릎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40대 남성,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같이 모여 경기를 하는 데 자꾸만 실수가 나와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싶은 50대 남성은 페더러의 동작이 아름답고 훌륭해보일지언정 결코 그와 같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싶지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즐기고자 하는 테니스, 그들이 할 수 있는 테니스는 각도와 속도, , 높이에 있지 않다. 즐거운 경험, 본인의 신체 상태에 맞는 적당한 운동 강도, 본인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까지 그 주제와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은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다르고 시작점이 다르며 목표가 다르다는 것으로, 주어진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분명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 더욱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진 7.                                                   사진 8.

   

                                                                                                                                                   

 

  둘째, 스포츠 기술에는 완벽한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페더러의 방식이 훌륭하다고 평가받을 수는 있지만 누구나 따라야 할 정답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데, 나달이나 조코비치 등 다른 훌륭한 모범 답안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답을 인정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도 관절가동범위나 근력, 유연성 등의 차이로 인해 결코 같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현장의 지도자는 본인의 레슨회원을 페더러나 나달처럼 만들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그 사람만의 정답을 만들어 나간다. 반면 최적의 값을 설정하고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해당 값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편차를 측정한 뒤, 그것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과학적 접근은 매번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 가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저마다 각기 다른 정답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과학적이지 않다!). 그러나 완벽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건 체형이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한 사이즈의 옷을 입혀야 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처럼 절충하고 타협하여 각기 다른 사람에 맞는 여러 가지 정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나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림 9.                                                                       그림 10.

 

 

 

  셋째,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내용을 습득해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스포츠교육은 무엇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분석과 조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깨달음은 그리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는다. 입력한 대로 바뀌고 잊어버리지 않는 건 인간이 아닌 로봇이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는 뭔가 되는 것 같고 완전히 감을 잡은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또 다시 되찾고 잊어버리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된다. 결국 수없이 많은 반복을 통해 몸에 완전히 익히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데, 그 과정은 생각보다 느리고 요원하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것은 분석결과가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와 감정적 배려, 바로 사람의 공감능력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스포츠 지도자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일까? 20여 년 간 스포츠 현장을 경험했던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림 11.                                         그림 12.

   

 

 

  첫째, 세심한 관찰자이자 사람과 상황을 모두 고려하는 면밀한 설계자

지도자들은 관련된 지식을 알고 이를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낼게 아니라 회원 각자의 관심과 수준에 따라 지도하는 내용과 방식을 달리 설계해야한다. 20대 학생, 30대 주부, 40대 직장인, 60대 은퇴자 등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전해야 할 내용이 달라지고, 어떤 목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레슨회원의 신체상태가 어떤지, 감정적으로는 어떤지를 반영해서 교육진행 계획을 조절해야 하고, 교육진행에 따른 회원들의 반응을 살펴 미래의 교육목표와 강도를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림 13.                                                                               그림 14.

    

 

 

  둘째, 기술과 사람을 조율해 최적의 결과를 이끄는 탁월한 협상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적 분석을 교육내용에 반영하되, 저마다 다른 신체능력과 목표를 반영해야 한다. 이때 많은 경험을 지닌 지도자의 시선과 조언은 정성적인 과학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분석과 평가는 어디까지나 현재상태가 어떤지, 어떤 기술적 특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앞으로 어떤 정답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참고자료가 되어야 하며, 지도자는 기술과 사람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고 양측을 적절히 조율해 그 사람만의 정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림 15.                                                    그림 16.

     

 

 

 

  셋째,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한 감정적 동반자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탄생해도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때로는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는 감정곡선을 갖는 것이 사람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지도자란 단지 분석하고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감정적인 부분들까지 함께 어루만지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발 하라리 교수는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잘 다스려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감정지능이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강점으로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림 17.                                            그림 18. 

         

 

 

  자연선택 과정에서 분자들이 단계적으로 증가하고 통합된 수십억 년의 산물이자 춤추는 수 십 억 개의 세포들 내의 도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유액과 화학물질로 구성된 창조물, 그리고 수조개의 시냅스들간의 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미크론 두께의 회로를 가진 커다란 계란 모양의 조직이 현대과학에서는 꿈도 못 꿀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기계, 셀 수 없이 많은 뉴런의 활동들,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신경 다발들의 움직임,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입자들이 존재하는 이것은 다름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인코그니토 중, 데이비드 이글먼).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이 미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 또한 그 자체로 신비하고 위대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비전공자로서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비약을 했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오랜 시간 스포츠지도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스포츠 지도자들이 어떤 일들을 해왔고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과연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스포츠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게 될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 사람과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오늘보다 더 발전된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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