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산업 ]/스포츠미디어'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2/02/02 64년만의 런던올림픽과 금석지감의 스포츠보도
  2. 2012/01/12 “학생선수들 공부도 잘하게 운용하라”...........학교체육진흥법 제정에 즈음하여 (1)
  3. 2011/12/14 스포츠 영웅을보면 손바닥이 생각난다.
  4. 2011/12/06 스포츠 컨텐츠가 종편의 경쟁전략이다.
  5. 2011/11/28 영문도 모르고 영문기자? 영문기자로 살아가는 법
  6. 2011/11/24 미디어가 만든 한 시대의 "아이콘" 조 프레이저
  7. 2011/11/16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8. 2011/10/27 기자석과 관중석의 차이는?
  9. 2011/09/20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공동취재구역에서 생각해 본 언론과 스포츠와의 관계
  10. 2010/08/23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스포츠에 있어 위협인가 기회인가? (1)
  11. 2010/08/13 아전인수식 경기 전망…이제는 그만
  12. 2010/06/16 2010 남아공월드컵과 대한민국 스포츠 독점중계의 해법은?
  13. 2010/02/17 스포츠와 미디어가 만난다면 ?
  14. 2009/12/22 타이거 우즈의 위기대처전략에 주목한다. (3)
  15. 2009/11/12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 감상법
  16. 2009/10/19 한국 골프의 마법, 죽을 만큼 즐겨라~
  17. 2009/10/09 일본 남자 유도 몰락, 그럼 한국 태권도의 장래는? (2)
  18. 2009/10/05 체육계 폭력 관행,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때 (3)
  19. 2009/09/24 세계농아인올림픽 참관 후기-도전과 극복의 감동의 무대
  20. 2009/09/21 프로스포츠와 TV중계의 숨겨진 진실 (2)
  21. 2009/09/11 혹서기 마라톤, '순위경쟁'에서 '기록경쟁'으로 바뀌나?
  22. 2009/09/02 박태환, 챔피언 구하기에 나서야 할 때,, (6)
  23. 2009/07/28 세계적인 U대회 스타, 왜 그들을 푸대접하는가? (1)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1948812. 런던 올림픽에서 역도의 김성집이 세계신기록을 세우자 동아일보는 1면에 이렇게 보도했다.

삼천만 겨레의 체력은 오히려 건재하다. 비록 감독참모진의 미비로 우리의 <>이 이번에도 세계를 억누르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윈몸의 힘을 다 모아 싸우는 역도에 있어 김(金晟集)군이 백()()키로 ()백을 들어 인류로서 큰 힘을 자랑하다니 참으로 민족의 기쁨이 아닐 수 없구나.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난 배달민족의 드높은 의기를 천하에 선명하리라고 ()천만 겨레의 기대와 관심을 자아내게 하는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있어서 참패의 쓴 잔을 마신 <런던>의 한국 선수들은 절치부심 권토중래의 기회를 같이려 노력하여 오든바 ()일의 역도(力道)경기에 잇어 우리의 지보 김성집(金晟集)군이 ()二十一(이십일)키로 ()백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을 보이엇다.

그리고 <라이트급> 김창희(金昌熙) 남수일(南壽逸) 양군도 최선을 다하여 분전한 결과 ()三十(삼십)<키로>로 각각 ()위와 ()위를 차지하였다.”

경쟁지였던 조선일보도 그 다음날 다음과 같이 1면에 보도했다.

十一日(십일일)BBC放送(방송)()하면 十日(십일)力道競技(역도경기)에 있어서 <미들>()金晟集君(김성집군)引上(인상)百二十二(백이십이)<키로> 五百(오백)을 들어 <올림픽>紀錄(기록)을 깨트렸으며 總計(총계) 三百八十(삼백팔십)이라는 好成績(호성적)으로 世界第三位(세계제3)를 차지하여 처음으로 우리나라 太極旗(태극기)<엠부레이· 스타디암>에 올리었다한다. 이번 第三位(제삼위)를 차지한 金君(김군)同放送(동방송)에서 成果(성과)를 보게된 것은 國內同胞(국내동포) 여러분의 聲援(성원)德澤(덕택)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故國(고국)에 계신 同胞(동포)여러분 그동안 三伏(삼복)더위에 安寧(안녕)하십니까. 저로서는 最善(최선)을 다하였으나 여러분의 기대에 어그러져 罪悚(죄송)합니다. 何如(하여)튼 이만한 成果(성과)를 보게 된 것은 오로지 國內(국내)에 계신 同胞(동포) 여러분의 聲援(성원)先輩(선배)들의 指導(지도)해 주신 德澤(덕택)으로 생각합니다.”

64년전 우리나라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김성집의 언론보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언론들은 동메달이었지만 그 메달의 의미를 민족적인 것과 결부시켜 최고의 가치를 매겼다. 일본으로부터 갓 독립한 신생국 대한민국으로서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 세대에게는 낯설은 국한문 혼용체를 쓴 것이 특이했는데 민족혼을 고취시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 런던올림픽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모두 취재기자를 현지로 보내지 못했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올림픽에 기자를 파견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양대 신문은 외신들에 의존해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적을 확인해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국영방송으로 서울중앙방송(KBS)이 유일하게 취재진을 보냈다. 사실 취재기자라기보다 아나운서인 민정호는 BBC 방송과 제휴 끝에 매일 15분씩 방송송출을 할 수 있도록 스케쥴을 조정해 놓고 있었다. 그 때 런던올림픽의 유일한 뉴스라인은 라디오였으며 수신상태가 고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림픽 뉴스 시간대에는 모든 국민들이 귀를 기울이며 결과에 일희일비하곤 했다.

민정호 아나운서는 당시 해방의 감격세대가 그러했듯이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실황을 중계했다.

런던 하늘에 태극기, 선수들 앞에도 태극기, 이 넓은 스타디움엔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가득하건만 저 태극기를 눈물을 머금고 바라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태극기도 입이 있어 말을 한다면 우쭐거리고 춤을 추면서 파란 많은 지난날을 눈물로 독백 하리라·

대한민국의 첫 올림픽 출전인 1948년 런던올림픽의 언론 보도를 거론한 건 64년만인 2012년 대한민국의 첫 메달 획득의 장소인 런던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려서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동안 엄청나게 달라졌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IT, 정유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며 무역 규모 1조 달러로 세계 10경제 강국에 진입했으며 올림픽서도 1988년 서울올림픽이후 줄곧 10대 강국을 지켰다. 또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로는 처음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원조국가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놓았다.

비약적인 국력신장에 힘입어 국내언론도 그 규모와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해방직후 런던 올림픽에선 중계 아나운서 1명만을 파견하는데 그쳤으나 이제는 수백 명의 매머드한 기자단이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취재,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말)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

지난 8일 태릉선수촌에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박종길 선수촌장등과 대표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런던올림픽에 대비한 훈련 개시식을 가졌다. 오는 727일부터 812일까지 열릴 2012년 런던올림픽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양궁 태권도 유도 등 효자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이상, 수영 배드민턴 체조 사격 펜싱 등에서 금메달 1개 씩을 기대하고 있다. 64년전 김성집의 첫 동메달로 열광하던 때와는 금석지감(今昔之感, 지금과 옛날이 너무 다르다는 의미)이다. 올 런던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15000여명의 선수와 5000명의 임원이 참가해 26개 종목에 걸쳐 모두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루게 되며, 취재진도 2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취재진은 신문, 방송, 통신 등을 합해 2백여 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한다. 또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 이어 이번 런던 올림픽도 중계하는 SBS는 독자적인 중계단을 별도 구성, 수백 명의 방송 제작단을 특파할 예정이다. 이들 취재진들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금메달 현장을 생생하게 신문, 통신,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보도할 것이며 방송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전파로 내보낼 것이다.

김성집의 동메달 획득에 열광했던 64년 전의 런던과 금메달 러시속에 선수의 표정 하나 하나도 놓치지 않고 리얼타임으로 전할 올해 런던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비교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두 번째로 참가하는 런던 올림픽은 역사 속에 투영된 스포츠 미디어의 시공간적인 모습을 통해서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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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종세(스포츠동아 이사)


2012년 임진년 새해.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라고 한다. 흑룡이든 청룡이든 백룡이든 이 동물은 12간지 동물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용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하는 영물로 오랜 세월 한국, 중국 등 동양인들의 정신세계에 각인돼왔다. 예부터 권부의 정상인 임금님을 일컬을 때도 얼굴은 용안‘, 옷은 용포‘, 자리는 용상이라고 했고, 또 우리사회에서는 등용문용 꿈이란 말도 자주 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 끝에 출세하는 경우는 개천에서 용 났다.’고도 한다. 용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건강하고 정직하며 용감할 뿐만 아니라 신뢰감이 두텁다고 해 2007황금돼지의 해처럼 연초부터 출산과 결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흑룡의 해 임진년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 가득 안고 힘찬 기운으로 희망찬 한 해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아무튼 올 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전 세계 60여 개국이 대선이나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뽑게 된다. 스포츠계도 4년마다 개최되는 하계올림픽이 7월 런던에서 열려 각 종목마다 슈퍼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든 스포츠 스타든 새로운 이 승천할 형국이다.

새해를 앞둔 지난 연말 엘리트 체육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학교체육진흥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보장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사실 한국의 엘리트 체육은 그 동안 금메달 지상주의에 몰입, 학생선수들이 학업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일반선수는 물론 국가대표선수 조차 현역에서 은퇴한 뒤 취업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이런 와중에 엘리트 체육인의 장래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된 것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한줄기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 법안이 그 동안의 잘못된 훈련제도나 시스템을 탈피, 정상적인 체육인재 발굴 및 육성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은 정부 주요 보직에 로게, 펠레 등 엘리트 체육인들 수두룩

외국의 경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 등 선수출신들이 정부요직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원장, 위원, 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대회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2001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수장을 맡고 있는 자크 로게 위원장은 정형외과 의사출신으로 젊은 시절 요트와 럭비를 즐겼던 올림피언이었다. 88서울올림픽 때는 벨기에 선수단 단장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했고 이후 벨기에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운동에 헌신했다. 1952년부터 20년간 IOC위원장을 지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미국)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육상 5종 경기에서 5위를 하는 등 올림픽에만 4번 출전했던 선수출신. 그는 IOC 위원장 시절 유독 아마추어리즘을 강조, ‘미스터 아마추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당시 한국의 이상백 IOC위원과도 절친한 사이였다. 현역 IOC위원가운데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 토마스 바흐(독일)는 각각 올림픽 육상 장대높이뛰기와 펜싱의 금메달리스트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우승했던 붑카가 19946m14의 장대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는데 아직도 18년 전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바흐는 작년 7월 남아공에서 평창에 맞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뮌헨 유치를 위해 선봉에 섰던 독일 스포츠지도자로서 2013년 선출될 유력한 차기 IOC위원장 후보. 또 올 런던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 세바스찬 코는 1980년과 84올림픽 육상 남자1,500m에서 거푸 우승한 뒤 은퇴,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직위원장 미셀 플라티니는 그라운드의 예술가, 2006년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카이저(der Kaiser, 황제)’로 각각 불린 세계적인 축구선수 출신.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06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제럴드 포드 미국 38대 대통령은 명문 예일대 출신으로 학창시절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였다. ‘축구 황제펠레는 브라질의 체육장관을 지낼 만큼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은 혼자 뛰어 IOC위원 당선된 임기 8년의 문대성이 고작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아직 국가대표 선수출신이 IOC위원이나 장, 차관 등 정부요직 또는 동,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의 조직책임자에 기용된 적이 없다. 영화감독이나 배우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기용되는 것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국가대표 선수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에서 우승했던 문대성이 혼자 힘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참가선수들의 투표에 의해 선수출신에게 주어지는 임기 8년의 IOC위원에 당선된 것이 고작이다.

지난 연말 피겨요정김연아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IOC위원이 되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피력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물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다 깜직한 외모까지 갖춘 김연아가 IOC위원이 될 수 있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IOC는 선수출신에게 주는 임기8년의 IOC위원 정원이 15명인데다 한국은 이미 문대성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IOC회원국이 204개나 되는데 한국에게만 2명의 선수출신 IOC위원을 뽑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김연아가 IOC위원이 되려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해 메달을 딴 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출마해 당선되는 방법밖에 없다. 문대성의 IOC위원 임기는 2016년에 끝난다. 물론 문대성도 장대높이뛰기의 세르게이 붑카가 선수출신 IOC위원 임기가 끝난 뒤 70세에 은퇴하는 개인자격 IOC위원에 선출되었듯 개인자격 IOC위원 자리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한국 특유의 훈련시스템 적응하느라 학업 멀리할 수밖에

그렇다면 국가대표 선수출신 등 엘리트 체육인들이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홀대를 받는 원인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특유의 훈련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정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한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정부나 기업의 조직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적응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훈련에만 몰두, 태극마크를 단 뒤 국제대회에서 메달획득 등으로 국위를 선양한 잘못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6개로 종합5위에 오름으로써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 등 201,768억 원의 경제효과를 올렸다고한다. 이 자료는 2010323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제스포츠이벤트와 국가브랜드세미나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것이다. 단언할 수 없지만 한국의 IT와 조선, 자동차산업 등이 세계 정상의 경쟁력을 갖추고 국격 또한 날로 높아 가는데에는 태릉선수촌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강훈을 이겨낸 태극전사들의 공헌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 선수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국가원수가 청와대에 이들을 초청, 오찬 베풀고 훈장 달아주고 연금혜택 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취업 보장 등 항구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엘리트선수들이 운동기계에 머물지 않도록 국가가 제도나 시스템을 바꿔 주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국회가 학교체육진흥법을 제정,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 관련 법안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그 운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입법취지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올해는 임진년. 비상하는 용의 힘찬 기운을 받아 한국선수단이 2012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페어플레이로 우리의 국격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면서 메달도 많이 따 시름에 젖은 국민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원년을 맞아 완벽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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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학문을 연마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
.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다. 대학을 상아탑(象牙搭 )에 비유하는 것은 코끼리의 뽀얗고 긴 어금니만큼 신성하고 귀한 학문의 전당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명예를 인정받고 있는 교수는 연구하는 일과 학생을 가르치는 일 두 가지를 본분으로 삼고 있지만 정작 두 가지 일을 모두 잘 하기란 쉽지 않다.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학생 교육을 등한시 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 지도에만 신경쓰다가 연구논문 쓰는 것을 소홀히 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두 가지 모두 성공적으로 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육조영 교수
(48)는 체육학계에서는 교수 직분에 충실한 이로 소문나 있다. 전공분야인 스포츠 마사지에서는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신의 연구실 바로 앞에 전공과목 교실인 스포츠 마사지실을 운영하는 이유도 학생들을 좀 더 잘 지도하기 위한 때문이다. 그의 연구실은 밤늦게 까지 불을 밝히고 학생들과 연구와 토론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공적인 교수 모델을 보이고 있는 그는 한편으로는 괴짜교수이기도 한다.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색다른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포츠 관계자로서는 드물게 스포츠 영웅 수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골동품 수집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구와 학생지도 두 가지를 하기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별도의 취향으로 색다른 일까지 하고 있으니 유별나다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면 여느 연구실과는 아주 다르다. 스포츠 영웅의 손바닥을 먹으로 찍은 각종 기념품과 함께 1천년 이상된 골동품, 소품, 여러 장신구 등이 연구실에 가득 들어찼다. 연구실 벽 사방이 연구서적과 함께 오랜 역사의 자취와 손때가 묻어있는 각종 물품으로 빼곡이 들어차 마치 조그만 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불상부터 한약방 문갑 등에 이르기까지 수천점이 유리 장식장 등에 전시돼 있다. 연구실 바닥에 장판까지 마련돼 차나 커피를 마시노라면 호젖하게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골동품 수집은 선대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일이다.


특히 스포츠 영웅 수장작품들은 육조영 교수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물건들이다
.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망국의 한을 품고 마라톤 금메달을 단 손기정씨를 비롯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등 역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서 한국스포츠를 빛낸 스포츠 영웅들의 손바닥 수장 기념품 들은 한국스포츠사적으로도 귀중한 역사적 보고로 평가받을만 하다. 할리우드 스타나 국내 영화인들에게 손바닥 도장 찍는 것이 영광스러운 의식이듯 스포츠 영웅들의 손바닥 수장 사업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그가 스포츠 영웅 수장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은 오래 전에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딛고 금메달의 위업을 이룬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을 손도장을 통해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면서였다. 스포츠 마사지 전문가로서 우리 몸의 작은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손이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만큼 온갖 훈련을 이겨내고 자랑스런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힘든 역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스포츠 영웅들의 손을 역사적으로 기록하자는게 그의 당초 생각이었다.

이러한 사업은 사실 체육회나 관계기관에서 해야될 일이지만 그는 소리 소문없이 직접 경비를 들여 먹으로 손도장을 찍고 스포츠 영웅들의 손도장이 찍힌 도자기를 만들었다. 200211월 타계한 손기정씨는 손과 발바닥도 먹으로 찍어 작품으로 남겼으며 대한민국 건국이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의 양정모를 비롯해 동하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등 수백명 이상이 참여했다.

스포츠 영웅들의 수장사업을 펼치면서 해프닝도 많았다. 일부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손도장을 장사속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받았고 바쁜 국제대회 출전 일정속에 선수들에게 시간을 내도록 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도 있었다.

오랜 준비와 작업 끝에 지난 2009년 마침내 스포츠 영웅들의 수장사업의 첫 결실이 맺었다. 1936년부터 2009년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빛을 낸 스포츠 영웅들의 수장작품집을 출간했던 것.
비매품인 스포츠 영웅 수장 작품집은 200여쪽으로 영웅들의 먹으로 찍은 손바닥 사진과 사진 등이 실렸다.

육조영 교수는 손을 알면 무병장수가 보일 정도로 평소 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스포츠로 국위를 선양한 영웅들의 손을 빌려 그들의 위업을 기리고 싶었다조금 색다르기는 했지만 스포츠 역사의 자료로서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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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퇴근이후 즐거움이 생겼다
. 저녁 식사를 한 뒤 TV 앞에 서면 새로운 흥미를 자아내게한다.
이 방송, 저 방송 등을 왔다갔다하며 원하는 프로를 마음껏 볼 수 있다. 뉴스, 연속극, 쇼프로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아직은 여러 방송에 적응이 잘 안된 탓인지 요리조리 돌려보기 일쑤다.

TV 채널 선택권이 갑자기 많아졌다. 121일부터 종편 4사가 일제히 개국을 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이른바 메이저 4개 신문이 종합 TV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존 KBS, MBC, SBS 3개 지상파가 주도했던 TV 방송시장이 종편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미디어 빅뱅시대를 맞게된 것이다. 소비자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방송 3사에 더해 뉴스, 예능, 스포츠 등을 모두 내보내는 똑같은 형식의 종합방송이 4개나 새로 생겼으니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셈이다. 케이블 TV로 방송을 하지만 신설 종편 4개사를 시청자들이 이용하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다.
채널 번호가 15번 이상으로 두 자리 수라는 것과 고화질의 선명한 HD 화면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말고는 기존 방송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종편 관계자들이나 기존 방송 관계자들은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감을 지게됐다고 볼 수 있다
. 종편 TV는 위기를 맞은 종이신문들의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출범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기존 방송보다 더욱 절박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 신문은 오너쪽에서 신문 확장을 위해 공짜신문(무가지)이 많이 포함된 발행부수를 크게 줄이고 가용한 예산을 방송쪽에 집중 투입했다는 말도 들리고 오너 대표이사가 신문을 해도 힘든데 새롭게 방송을 하면 신문 시장의 어려움을 다소간 덜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 속에 새로운 방송시장으로 뛰어들었다는 뒷 얘기도 나온다.

종편 TV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글로벌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의 성공담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ABC, NBC, CBS의 트로이카가 주도하던 TV 네트워크시장에 뒤늦게 도전한 머독이 FOX TV4대 네트워크로 자리잡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컨텐츠를 최대의 경쟁무기로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머독은 지난 1990년대초 기존의 방송 네트워크의 독과점 시장을 흔들기위해서는 스포츠를 벽을 부수는 추(barrering ram)'으로 삼았던 것이다. 자신이 회장을 맡고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의 1996년 연차총회에서 머독은 스포츠가 텔레비전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데 영화를 비롯 기타 어떤 형태의 오락물보다 절대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도 세계의 다른 곳에서 하려 했던 것과 똑같이 할 것이다. 즉 우리는 모든 유료 텔레비전을 운영하는데 스포츠를 벽을 부수를 도구 유인제로 활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스포츠를 킬러 콘텐츠로 삼아 단기 이득보다는 장기 가치에 투자해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머독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미식축구의 TV 중계권을 기존 방송사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주고 계약,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 1998년 미국 미식축구와 2005년까지 44억달러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존 방송사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과감한 배팅이었다. 머독은 같은 해 메이저리그 야구팀 LA 다저스 구단도 25천만달러에 인수하기까지했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전국망과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위한 스포츠 컨텐츠 확보 차원이었다. 머독이 이처럼 스포츠 컨텐츠에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스포츠가 잠재적인 광고주에게 전해줄 특정 소비자 집단을 끌어들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머독의 이러한 시도는 광고시장에서 성과를 올려 광고 수입이 치솟았고, 시청자들의 인지도는 계속 상승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머독은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이용해 영국의 유료방송인 BSkyB에서도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영국의 TV 시청 가입자 대부분이 축구경기를 많이 보는 점을 감안해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세계최고의 명문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기도했다.

머독의 성공스토리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종편 4사는 스포츠 컨텐츠를 중요한 경쟁 요소로 삼을만하다. 한국과 외국의 여건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기존 방송들이 뉴스와 예능 부분에서는 두터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스포츠 컨텐츠쪽에서 새로운 침투시장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본다. 사실 종편입장에서도 뉴스와 예능 부분에서는 차별화를 하기가 쉽지 않으나 매번 새로운 승부의 장이 펼쳐지는 스포츠쪽에서는 잘만 전략을 세워 접근하면 기존 방송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컨텐츠는 신생 종편
TV에게는 매력을 끌만하다. 모든 여건에서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종편 TV는 비싼 제작비가 드는 연속극과 쇼 프로그램 등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들어가는 스포츠 컨텐츠로 차별화, 전문화, 집중화 시켜야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금은 3대 방송네트워크로 자리잡은 SBS의 경우 1990년대초 개국초기 당시만해도 부르주아지 운동이라고 방송에서 중계를 꺼렸던 골프의 생중계와 특집 방송 등을 내보내 기존 방송과 차별화에 성공, 방송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역방송인 인천방송도 박찬호의 미 프로야구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획득해 시청자들과 광고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사실 스포츠 컨텐츠도 기존 3개 방송이 올림픽, 월드컵,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 종목의 중계권을 확보해 놓고 있어 종편이 이러한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종편은 다소 불리한 입장이기는 하나 선택과 집중을 잘 하기만 하면 미국의 폭스 TV 성공사례처럼 스포츠 컨텐츠 경쟁에서는 그렇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게 스포츠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종편TV가 내세울 스포츠 컨텐츠 전략으로는 시청자들의 취향과 트랜드를 잘 간파하고 숨은 종목이나 틈새 종목을 찾아내고 페이스 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만하다.

앞으로 방송시장은 지상파와 종편, 종편과 지상파의 끊임없는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방송 전문가들은 장차 3~5년간의 무한 경쟁체제가 이어지다가 시장 질서에 의해 방송시장이 재편되리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종편들이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포츠 컨텐츠의 다양한 운영을 중요한 승부수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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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유지호(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담당)


필자가 그간 스포츠 둥지에 올린 글은 훈시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고지식한 기자의 취재 철학에 대해선 익히 아시리라 믿고 이번 기회에는 좀더 개인적인 취재 경험이나 필자가 일하는 환경에 대한 얘기를 나눌 까 한다.
아래 약력에서 보시다시피 필자는 영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다. 여러분들께서 인터넷이나 지면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 매체와는 업무 여건과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이 조금 새롭게 다가 오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 보겠다. 고등학교 시절 운 좋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날 기회가 생겨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토론토에서 마치고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다가 전역 후 영자 신문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작년 여름 현 직장으로 옮겨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외신을 제외한 국내 영문 매체는
4. 가장 오래 된 영자신문인 코리아 타임스와 몇 년 뒤 창간한 코리아 헤럴드, 또 필자가 잠시 몸 담았던 후발주자 코리아 중앙 데일리가 있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연합뉴스의 국제국 산하 영문뉴스부가 있다. (사내에선 일반 뉴스를 다루는 영문뉴스부와 경제 분야를 맡는 영문경제뉴스부가 나뉘어져 있으나 편의상 영문뉴스로 통일 시켜 부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각 언론사의 국제부가 외신에서 전하는 해외 소식을 한글로 정리해 국내 독자와 시청자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면, 영문 매체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취재해 영어로 보도 하는 곳이다.

코리아 타임스와 코리아 헤럴드가 생긴 지 60년 가까이 되어가고 영어 교육에 대한 열의는 그 어느 곳 보다 뜨거운 우리 나라지만, 영자 매체는 아직 여러 사람에게 생소한 존재다. 다행히 수십 년 동안 여러 선배들이 고군분투 하시고 길을 닦아 주신 덕분에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는 영문 매체의 입지가 어느 정도 다져진 편이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는 아직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필자는 예전 모 선배가 영문도 모르고 영문기자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 취재원과 초면에 이 말 한 마디를 던져 분위기를 띄우려 하기도 한다. 그러고 명함을 건네면 분명  영문뉴스부라고 적혀있건만 정말로 기사를 영어로 쓰시나요?’라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그럼 영문뉴스부에서 한글로 씁니까라고 한 마디 쏘려다 참은 게 여러 번이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국내 프로야구나 축구 등에 갖는 관심은 국내 팬들의 관심도 보다 떨어 진다는 판단에서 인지 각 구단에서 영자 매체를 그리 주의 깊게 보지는 않는 편이다
. 게다가 영문 매체는 국문 매체만큼 많은 양의 기사를 생산해 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고 해야 더 정확할 듯 하다. 이는 인력 수급과 직결된 문제다.


포털 사이트나 신문 지면을 통해 스포츠 기사를 열심히 챙겨 보시는 분들은 대충 어떤 기자가 어떤 종목이나 구단을 담당 하는지 파악 하실 수 있을 거다. 8개 프로야구 팀의 경우 매체에 따라 한 기자가 한 개 구단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앞서 말씀 드린 네 곳의 영자매체에서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는 총 네 명에 불과하다. 매체당 한 명씩. 특정 구단을 전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 서로 만나면 동병상련(?)의 정으로 더 똘똘 뭉치게 된다.)

이 대목을 보시고 어떻게 한 명이 스포츠를 전담할 수 있나라는 의구심을 가지셨을 법 하다.
코리아 중앙 데일리와 연합뉴스, 두 곳에서 ‘1인 스포츠 담당을 해 온 필자 역시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필자를 포함한 네 명의 젊은 기자들은 차라리 다른 새가 될 지 언정 뱁새마냥 황새를 쫓으려다 가랑이를 찢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 황새들이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이나 뭔가 새로운 주제를 개발해 나름의 틈새 시장을 노리려 한다.


영어 매체는 정규 시즌 매 경기 상보를 쓰지는 않는다. 플레이오프에 접어들면 (신문의 경우) 마감 시간을 늦추면서도 결과를 반영하지만 정규 시즌 때는 매번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즌 중 경기에 소홀 하지는 않다. 필자는 신문사 근무 시절 야구 시즌 동안에는 매주 1회 야구 칼럼, 겨울에는 주 1회 농구 칼럼을 썼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작성해 주말 경기 정리 내지는 다가오는 한 주를 전망하고 순위표까지 친절하게 (?) 집어 넣었다.(이는 전적으로 이 두 종목을 좋아하는 필자의 결정이었다. 영문 스포츠 기자가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종목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하다는 거다. 또 스포츠 분야에 경험이 많은 부서장 급 고참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선배들도 일선 기자들에 결정권을 많이 위임하는 편이다.)


통신사로 옮긴 후 필자는 신속한 뉴스 전달에 더 집중하고 있지만 나머지 세 명의 영자 신문 기자들은 매일 경기를 챙기지 못하는 대신 시즌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기획기사를 써낸다
. 이들의 관심은 누가 몇 점차로 이겼냐를 넘어 어떤 일이 왜 일어 났는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영문 기자들이 다루는 기사로는 외국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 수 있겠다. 여자 프로 농구를 제외한 국내 주요 프로 스포츠 리그가 외국인 선수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기에는 영문 매체 만한 게 없다. 물론 국내 매체에서도 이들 인터뷰를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로 한 말을 번역해서 실으면 느낌을 제대로 전달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남자프로농구에서 활약하는 귀화 혼혈 선수들 역시 영어 매체에게는 좋은 취재 대상이다.


특히 예전과 달리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력도 더 화려하고 수준도 높아져서 외국에서 이들에 대해 갖는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한국으로 넘어온 투수도 있고 미프로농구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선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쓰고 이들 출신 지역의 기자들로부터 선수들의 동향을 묻는 이메일을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영어 매체들이 외국인 선수만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선수들의 해외 리그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요즘 특히 외국의 야구와 축구 팀들이 국내 선수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팀 스카우트들이 수집하는 정보도 중요하겠지만 자신들이 눈독 들이는 선수들이 자국 언론에서 어떻게 비쳐지는 지도 충분히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영문 기자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은 국제 스포츠 대회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F1 그랑프리나 세계육상선수권 등 굵직한 경기가 있었고 앞으로 아시안게임, 겨울올림픽도 예정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영문 기자들은 국제 대회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만 진행되는 인터뷰나 기자회견 후 국내 취재진에 둘러 쌓여 회견 내용을 번역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다.)

좋은 기사는 언어에 상관 없이 읽히게 마련이다. 필자는 후배들의 단독 보도나 기발한 기획 기사에 무릎을 탁 칠 때가 많다. 이런 좋은 기사들이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 되고 더 큰 반향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다.


영자 매체가 독자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 지면이나 인터넷 상으로 접할 수 있지만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국내 거주하는 해외 주재원이 아니면 일부러 국내 소식을 영어로 접하려 들지 않는다. 필자도 유학 가기 전 영어 공부를 한다고 영자 신문을 구독했지만 요즘처럼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무궁무진 한 세상에 굳이 신문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팬으로서 국내 스포츠 소식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찾는 다면 영어 매체를 감히 추천하고 싶다. 영어 공부도 되고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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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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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한 위대한 프로복서의 죽음을 전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조 프레이저가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전날 갑작스레 미국 AP 통신 등을 통해 간암으로 위독하다는 기사가 타전된 데 이어 하루만에 부음기사가 전 세계로 전해졌다. 한때 적수였던 무하마드 알리의 쾌유 응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려했던 복싱인생을 접고 맨 주먹으로 이승으로 떠났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세계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프레이저 인물정보란에 국화꽃을 조화로 장식하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머리글을 띄우며 자세한 신상명세를 올렸다. 비록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세계 프로복싱계에서 찬란한 빛을 발했던 그의 죽음의 무게를 감안했을 법하다. 네이버에서 매번 세계에 특별한 영향을 남긴 사람들이 죽으면 이러한 애도의 표현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참 인상적으로 보였다.

프레이저의 죽음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TV가 낳은 한 시대의 위대한 아이콘이었다. 나를 비롯한 50대 이상의 올드 복싱팬들에게 프레이저는 추억의 복서였으며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미디어가 어떻게 그를 아이콘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대상이 될 법한 인물이었다.

지금은 국내서도 별 인기가 없는 사양종목이 됐지만 프레이저가 한창 선수로 활약할 때만해도 프로복싱은 최고 인기 종목이었다. 미국도 그랬고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했던 프레이저는 무하마드 알리와의 세계적 라이벌전으로 세계프로 복싱팬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마닐라의 대회전을 포함한 알리와의 세기적인 라이벌전은 세계프로복싱사에 가장 위대한 일전으로 기록됐다.

프레이저에 대한 내 추억은 까까머리 중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5월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진 프레이저와 알리의 첫 경기는 TV를 통해 국내에 생중계됐다.중학교 1학년때 오전 수업시간중에 벌어진 이 경기는 나를 비롯한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워낙 프로복싱이 인기가 있었던데다 당대 최고의 헤비급 복서가 격돌했으니 학생, 선생님 모두가 당연히 열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교무실에 TV가 딱 한 대 설치돼 있었는데 수업 후 잠시동안의 휴식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교무실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교무실 유리창 밖에서 까치발을 딛고 시청해야했다.

15라운드에서 스모킹’(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라는 의미)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프레이저는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화끈한 복싱으로 알리에게 15회에 한 차례 다운을 뺏은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었다. 프레이저의 경기를 처음으로 본 이후 나는 프로복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전까지만해도 프로복싱을 유난히 좋아했던 사촌 매형이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지는 동양타이틀전이나 세계 타이틀 전 등에 열광하는 이유를 잘 몰랐으나 프레이저의 파이팅 넘친 경기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프로복싱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이다.

이후 프레이저와 알리의 라이벌전은 두 번 더 벌어졌다. 1974년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12라운드 논타이틀전과 1975년 마닐라 세계타이틀 매치 대회전이었다. 아마도 프레이저의 두 번째 경기는 TV로 본 기억이 없고 신문 기사를 통해 알리가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내용을 알게 됐고 마지막 세 번째 경기는 TV로 시청을 했던 것 같다. 15라운드에 프레이저의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부어 오르자 트레이너가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했던 이 타이틀전을 끝으로 프레이저는 쓸쓸하게 은퇴를 길을 걷게됐다.


알리와의 타이틀전이외에 프레이저의 경기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쇠주먹조지 포먼과의 타이틀전이었다. 1973년 중학교 3학년때였다. 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동네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는 조건으로 이 경기를 시청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힘들던 시절이라 서울시내에 TV를 갖고 있는 집이 열 집에 한 집 정도도 되지 않을 때였던만큼 만화방이나 다방 등은 주요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면 TV를 미끼로 손님을 끌어 들였다.

경기 시작전 강력한 눈매를 주고 받으며 기싸움을 했던 이 경기는 프레이저가 2라운드 동안 6번이나 다운을 당하며 KO패로 무릎을 꿇었다. 엄청난 포먼의 주먹 앞에 프레이저는 독안에 든 생쥐같은 신세였다. 이렇다할 대항도 해보지 못하고 강력했던 그가 허접하게 무너졌던 것이었다.

지금도 프레이저의 경기만큼 극적이고 스토리가 풍부한 것은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마이크 타이슨, 슈거 레이 레너드 등 강력하고 뛰어난 복서도 많이 나왔지만 프레이저는 알리와 포먼 등과 같은 시대에 많은 화제를 뿌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이들은 프레이저에 대한 추억은 매스 미디어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프레이저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보거나 만난 사람은 미국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워낙 입장권이 비싼데다가 경기장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복싱팬들은 프레이저의 선수로서의 삶과 죽음을 철저히 매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컨텐츠를 통해 알 수 밖에 없었다.

프레이저는 대중매체에 어떻게 비쳐졌을까. 몸을 수그리고 거침없이 날리는 공격,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고 머리를 낮추고 쉴새없이 잭을 날리다 기회가 엿보이면 강력한 왼쪽 훅을 터뜨리는 탱크형의 경기 스타일은 프레이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프레이저의 모습은 TV를 통해 더욱 정형화됐으며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특히 알리와의 라이벌전에서 만들어진 프레이저의 이미지는 철저히 미디어에 의해 연출된 것이었다.나비같이 날아, 벌처럼 쏜다는 어록으로 유명했던 알리는 키 크고 잘생겼으며 시적인 영감이 있고 매력있고 알랑거리다가도 상대를 헐뜯으며 월남전에 반대하고 흑인들을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등 인텔리형 복서로 장식된데 반해 프레이저는 블루칼라 이미지로 몇 마디 말만 내뱉는 소같은 사람, 단지 링에서나마 알리의 상대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험상궃은 사나이로 표현됐다. 둘 간의 대조적인 모습은 미디어에 의해 더욱 확장돼 복싱팬에 의해 각인됐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이분법으로 프레이저와 알리를 일반화시켜도 되는 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생겼다.
사실 프레이저는 알리의 카리스마나 떠벌이 기질과는 전혀 매치를 할 수 없는 성격이었다. 프레이저는 끊임없이 스타르타식 훈련에 몰두하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복싱을 하며 링위에서 모든 열정을 다 받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복싱만을 갈구하며 사랑한 진정한 경기인이었다.

프레이저는 알리는 항상 내가 없었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없었다면 알리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타임지 기자에게 털어 놓기도 했다. 알리가 한때 그를 엉클 톰’, ‘고릴라라고 조롱해 수십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프레이저는 자신이 했던 거친 말과 행동들에 대해 알리에게 모두 용서를 구했다.

같은 흑인으로 백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겨내고 복싱으로 성공한 프레이저와 알리의 진정한 모습은 미디어의 연출에 가려 오히려 가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프레이저의 경우는 더욱 많은 것이 실제 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프레이저는 갔지만 우리들은 그가 남긴 미디어의 이미지로만 그를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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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유지호(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본인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상대할 경우가 많다. 20대 중반에 기자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한 때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부와 경제부 담당 시절 취재 대상 대부분은 기업이나 은행 임원들이었는데 아버지 뻘 정도 되는 사람들을 쪼아가며 (?) 이것 저것 캐내는 것이 초년 기자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기자보다 높은 사람은 없다고 교육을 받는다. (적어도 필자의 첫 직장에서는 그랬다.)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기업 사장이던 정부부처 장관이던 강하게 밀어부처야 한다는 거였다. 그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고참 기자를 자가 빠진 그냥 선배라고 부르는 게 관행이다. 밖에 나가서 나이 많은 취재원에게 예의는 지키되 하면서 굽실거리지 말라는 취지에서다. 필자는 한 번 모 은행 간부와 통화하면서 부장님하고 불렀다가 혼난 적도 있다.


헌데 스포츠 기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각 구단 사무국과 코치진들이 있지만 대부분 취재원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걸친 선수들이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로 뛰어드는 선수가 많은 요즘,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되기도 한다. 다른 분야보다 취재원들이 어린 편이다.
(
아이돌 그룹을 취재하는 연예부를 빼면…)

그렇다면 문제는 스포츠 기자와 운동 선수 내지 지도자는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야 하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과는 너무 멀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깝게 지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며 막 대해도 안되지만 이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라고 해서 너무 위축 될 필요도 없다.

선수와의 관계가 너무 멀어지면 생기는 문제는 따로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는 비단 운동 선수가 아니라 모든 취재원에게도 해당 되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로 발전 한다면? 이는 지난 번 이 공간에서 간략히 소개했던 객관성 유지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한 기자가 정말 친한 스타 급 농구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선수가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면서 잘 나가던 팀도 연패에 허덕이는 상황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연패를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하는 지 짚어주는 것이다. 팀의 간판 선수가 부진 하다면 당연히 이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기자들이 자신과 특별히 친분이 있는 선수를 비판적으로 보는 데 망설여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경우 괜히 미안해 지는 마음이 생긴다고 고민하는 기자들도 봤다.


이는 구단 직원들과도 마찬가지다
. 이들 역시 기자들과 학연, 지연 등이 엮여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런데 친했던 기자들이 소속팀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후 직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 진 경우를 봤다. 일부가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언론의 비난을 막을 수 있다는 오해를 하는 모양이다.

대부분 기자들 보다 연장자인 지도자들과의 관계는 어떨까? 앞서 기자는 손윗사람을 상대로 너무 자세를 낮추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고 적었다. 특히 젊은 기자의 경우 스스로가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 당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헌데 몇몇 선배기자들이 소위 말하는 요즘 어린 것들이 코치, 감독들에게 형님, 형님하면서 친한 척 (?) 하는 것을 보고 혀를 끌끌 찬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영어 표현 중에 “keep someone at arm’s length”라는 것이 있다. 직역을 하자면 누군가를 팔 길이 거리만큼 둔다는 얘기, 다시 말하면 특정인과 어느 정도 공간 내지 거리 (물리적인 것이 아닌) 를 둔다는 것을 뜻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취재 기자와 취재원들 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매우 적합한 것 같다.

필자는 다른 국내 영자 매체들처럼 인력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종합 일간지나 스포츠 전문 매체 기자들만큼 현장에 자주 나가지는 못한다. (영자매체의 취재환경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룰 계획이다.) 그래도 친분을 유지하는 선수들은 있고 시즌이 끝나면 경기장 밖에서도 만나기도 한다.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도 있는지라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하는데 그들은 오히려 그런 상황이 익숙한 듯 행동하는 반면 필자가 불편할 때가 있다.

이들과의 만남은 늘 조심스럽다. 기자 입장에선 주변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선수들이 비시즌에 기자를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 할 까봐 걱정도 된다. (어느 정도 친분과 신뢰가 쌓이면 되겠지만) 한편으로 동생이 없는 필자는 어린 선수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학교 체육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한다. 기자에게 모든 취재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중한 자산이다. 소중할수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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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유지호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담당)
 


기사만 안 쓰면 기자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각종 스포츠 경기를 취재증만 있으면
무료로 볼 수 있고 일 한다는 구실로 유명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스포츠 기자는 특히 그런 것 같다
.

스포츠 팬으로 자라온 필자 역시 여러 종목의 경기를 현장에서, 그것도 경기 전체가 가장 잘 보이는 기자석에서 보는 것을 큰 특권으로 여긴다. 덕분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친구들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물론 이런 특권에는 책임감도 수반된다. 자고로 기자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엇갈리는 스포츠 보도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그리 어렵겠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스포츠 기자들은 필자와 같이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접해왔고 연고 프로 구단이나 스타 선수들의 팬으로 자라온 경우가 많다. 이들이 소위 말하는 팬심을 버리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 하는 것이 (이를 테면, 승자가 왜 승리했고 패자는 왜 졌는지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
스포츠 기자의 책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지켜본 결과 이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장 기자석에 존재하는 불문율이 있다. 경기 중 특정팀 이나 선수를 응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미국 스포츠 언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20세기 초반 활동하던 기자들이 특히 이를 중요시 여겼고,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책은 그 제목마저 “No Cheering in the Press Box” (“기자석 응원 금지”). 이 불문율은 현재 까지도 지켜지고 있고, 실제로 메이저리그 야구
사무국은 기자석에서 응원하는 기자들의 구장 출입증을 뺏기도 한다
.


2월 미국에서 열렸던 데이토나 500” 자동차 경주에서 한 프리랜서는 기자석에서 대놓고 응원한 죄(?)로 유명 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글을 실을 기회를 박탈 당했다. 이 사건 후 미국의 베테랑 기자들은 기자석에서 응원 하는 것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고 기자석에서 열심히 일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결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지식한 편에 속하는 필자는 매 경기 이를 지키려 한다. 메이저리그야구가 명시하듯 기자석은 일하는 공간 (working space)”이지 경기를 보러 놀러 오는 자리는 아니다. 이게 기자석과 관중석의 큰 차이가 아닐까. 골이 들어갔을 때 득점 상황을 분석해야 하고, 홈런이 나왔을 때 투수가 어떤 구질의 공을 던졌고 어느 볼 카운트였는지를 기록해야 하는 게 스포츠 기자다. 정 응원을 하고 싶다면 경기를 TV로 보거나 관중석으로 가면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필자는 언제부터 인가 딱히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없어졌다. 어린 시절 우상으로 생각하던 선수들이 현재 여러 종목에 걸쳐 감독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 이들을 취재원으로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설레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지금은 일이 없을 때 경기를 보면서도 누군가를 응원하는 게 더 어렵다. 일을 시작하고부터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은연 중에 기자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변한 건지 잘 모르겠다.

경기 중 관중석을 가 본 적은 몇 번 있다
. 일이 없는 날 마음 편히 경기를 보러 가거나 일 하는 중간중간 관중 들의 반응을 취재하러 들어가기도 했었다. 많은 팬들이 응원 문화를 즐기러 경기장을 찾지만, 필자에게는 음악에 맞춰 신명 나게 춤을 추는 야구장 치어리더나 끊임없이 북을 때려대는 축구 서포터스들이 오히려 경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됐다. 아무래도 이 일이 천직인가 보다.

국내 경기에서 이 불문율은 대부분 지켜지는 편인데, 국가대표 축구 경기의 경우 사정이 다를 때가 있다. 성인 대표팀의 A매치나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 경기에서는 한국 팀의 골에 환호하고 실점에 탄식하는 기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국가 대항전에서는 아무래도 자국에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나 보다.
(
게다가 대부분 필자보다 선배라 대놓고 응원하지 마라고 할 수도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국가 대항전에서만큼은 기자석에서 응원이 펼쳐져도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다수 중국 기자들은 자국 선수들의 활약상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8월말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같이 취재하던 한 후배가 기자석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곤 했다. 잔소리를 하기는 싫은 마음에 한 번은 웃으면서 기자석에서 무슨 박수냐고 한 마디 해줬더니 그러면 안 됩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주변 선배들도 가만히 있던 상황이라, 괜히 스스로 내가 시대에 뒤쳐져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앞으로 경기장에 가셔서 기자석 옆 관중 석에 자리하시면 일하는 기자들을 한 번 관찰해 보시기 바란다. 멋진 플레이가 나와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거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물론 그 중에는 업무와 상관 없는 일을 하는 기자들도 더러 있겠지만) ‘저 들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이 글을 보시고 다음부터는 우리도 여러분 들과 마찬 가지로 그저 열심히 밥벌이를 하려는 사람들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기자석이 우리들의 사무실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불문율이 깨진 유명한 해외 사례를 들어 마무리 하겠다
. 2009년 오픈 챔피언십 골프 대회에서 환갑을 바라보던 노장 톰 왓슨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고 24살이나 어린 스튜어트 싱크와 연장 접전 끝에 2위에 올랐다. 역대 메이저 최고령 우승자가 될 뻔 했던 왓슨의 선전은 싱크의 첫 메이저 우승만큼 큰 감동을 주었다.
대회 종료 후 왓슨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취재진이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골프 기자들이 59세 노장의 투혼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기자석에서 응원한다고 핀잔을 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웬만큼 잘 하지 않고서는 감정이 메마른 (?) 기자들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반증하는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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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지호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

믹스트 존 (mixed zone). 말 그대로 이것 저것 뒤 섞이는공간이다. 공동취재구역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취재진이
뒤 섞이게된다
. 경기 후 보통 공식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되지만 막 경기를 끝내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선수들의 땀냄새를 직접 느끼며 보다 생생한 얘기를 듣는 데는 믹스트 존 만한 곳이 없다.

필자는 8월말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을 취재했다. 그 동안 여러 믹스트 존을 다녀봤지만 대구스타디움에서의 경험은 그 규모나 취재원의 다양성에 있어서 매우 색다른 것이었다.

여느 믹스트 존과 마찬가지로 대구에서의 취재구역 역시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말하면 선수들이 라커로 가려면 믹스트 존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경기 중 부상을 입어 바로 응급차에 실려나간 경우는 예외지만) 물론 대구에서도 메달리스트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믹스트 존이야 말로 보다 신속하고 생생하게 소식을 타전하려는 전 세계 취재진의 욕구와 의지가 투영된 곳이라 하겠다.


아마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나 해외 축구 경기 후 어떤 선수가 인터뷰 없이 믹스트 존을 지나간 것을 비난 하는 기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 필자도 현직 기자 인지라 그런 기사가 보일 때 마다 인터넷 댓글까지 유심히 보곤 하는 데 주로 기자에 대한 악플이 많은 편이다. 인터뷰를 하고 말고는 선수 개인 의사이니 기자가 토라져서 소심하게 기사로 복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여담이지만 인터뷰를 못 하면 선배에게 깨지는 (?) 후배 기자 입장에 서보면 왜 그런 기사가 나오는 지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직업 운동 선수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하지만 이 들이 매일 팬들과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노릇. 팬클럽 활동이나 팬 사인회 행사 등도 한계가 있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기자는 선수들의 생각과 느낌을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에 직접 뛴 선수들의 소감이나 이들의 눈을 빌러 경기를 분석한다. 또 경기가 없는 날 좀 더 여유롭게 갖는 인터뷰를 통해 경기장 밖에서 이들의 모습은 어떤지, 단지 직업으로 운동을 하는 이들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선수들에 대해 더 알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리는 것이다. 북미권의 스포츠 구단은 홍보부서에 선수들의 언론 대처 능력을 가르치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거나 외부 컨설턴트를 초청해 특별 강의를 하기도 한다. 언론을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본인의 의사를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뷰가 부담스럽거나 내키지 않아 피하는 것은 야구 선수가 몸에 맞는 공이 두려워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대구 얘기로 돌아가 보자. 세계 202개 국에서 190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참가했지만 물론 이들 모두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자메이카의 인간 탄환우사인 볼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의족 스프린터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등이 특히 많은 매체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 들의 상황 (혹은 위기?) 대처 능력을 본 받을 만 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트랙 밖에 설치된 계단을 올라가 세계 각국 주관 방송사 부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 후 경기장 지하에 위치한 믹스트 존으로 내려왔는데 여기서는 주관 방송사 외 기타 방송사 카메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필자 같은 활자 매체 기자들은 찬밥 신세. 방송들의 인터뷰가 끝난 후 맨 마지막 차례를 기다렸고 이쯤 되면 선수와 취재진들 모두 지친 상태였다.

볼트와 피스토리우스는 예선 경기만 치르고도 주관 방송사 및 믹스트 존 인터뷰를 1시간이 넘게 가졌다. 보통 믹스트 존에서는 취재진이 선수와 근접한 거리에서 인터뷰를 녹음하거나 메모를 하는데 이 두 선수가 등장했을 땐 너무 많은 기자들이 몰려 현장 직원들이 마이크와 스피커를 대동하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남자
400미터 예선을 통과하고 1시간 가량 방송 인터뷰를 소화한 뒤 활자 매체 취재진에게도 10분 가량을 할애한 후에 몸이 다 식었다고 웃으며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여러 매체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지만 이 둘은 거리낌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섰다. 볼트는 언론 앞에서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고 100미터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된 후에도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것이 평생 꿈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피스토리우스에게서는 신체가 온전한 선수들에게서 보기 힘든 절박함 마저 느껴졌다.
이들이 이런 저런 핑계로 언론을 피했다면 전세계 스포츠 팬들이 이런 사연을 알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는 너무 선수들의 책임만 강조한 것 같다. 경기를 막 마치고 (특히 경기에서 진 후에는) 수십 분간 서서 반복되는 질문에 계속 답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기자들이 지켜야 할 것들도 있다. 각종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특권이고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 특정 선수가 인터뷰를 거부 했다고 해서 개인적 감정을 내세워 그를 비방하는 것은 기자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일이다.

물론 기자도 사람인지라 퉁명스러운 취재원은 아무래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또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생각하면 정당한 범위 내에서 취재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원도 기자의 업무를 이해해주고, 기자 역시 취재원을 단순히 기사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준다면 보다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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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인준 (서울대 체육교육과 대학원 과정)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지구촌 스포츠 축제

한국 팀 최초의 원정 16강, 부부젤라(남아공의 전통악기)의 소음, 심판의 오심, 족집게 점쟁이 문어 토마스 등 역대 치러진 다른 월드컵 이상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월드컵은 단일 종목 대회로는 가장 많은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축제, 그야말로 메가 이벤트(mega-event)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의 전 세계 시청자가 약 7억 명이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월드컵의 대회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 축구 협회 FIFA는 월드컵을 중계할 수 있는 권리, 즉 방송 중계권을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에게 갈수록 비싸게 팔아넘기고 있다. 이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며, 국내에서도 한 방송사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계약하여 이것이 대회 시작 전부터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방송사들에게 스포츠는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최고의 컨텐츠 중 하나이기에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의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에 날개를 달아준 미디어

그렇다면 왜 매 대회마다 중계권료가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일까? 방송 중계가 없는 월드컵을 한번 상상해 보기로 하자. 지금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경기를 TV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없을 것이고, 오직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관중들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지금과 같은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김연아 선수나 데이비드 베컴, 우사인 볼트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미디어였다. 미디어는 스포츠가 태생적으로 가진 시간적-지역적 제약성(스포츠는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때, 스포츠가 가진 역동성을 극대화시켜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키지만, 시간과 장소를 놓쳐버리면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을 극복하게 하였고, 스포츠가 가진 다양한 장점들을 극대화 시켰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의 이면에 이와 같은 미디어의 힘이 스포츠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가 가진 힘으로 인해 미디어는 지금까지 스포츠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스포츠 경기의 규칙이나 경기 일정뿐 만 아니라 경기의 복장, 심지어 경기의 용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놓았다. 선수들의 백넘버가 생긴 것도 TV 중계가 등장한 이후인데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함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공격자 중심의 축구 규정 변화(더 많은 골이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나 프로농구의 4쿼터제(더 많은 광고를 경기 중간에 끼워 넣기 위하여), 축구나 야구의 야간경기(퇴근시간 이후로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등이 그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미디어는 스포츠를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디어는 스포츠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될까? 여전히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기존의 미디어들은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디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초, 미국 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불시착 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린 것을 뉴스 속보가 아닌 승객을 구조하러 가던 구조대원이었다. 그가 자신의 스마트 폰(smart phone)으로 올린 사고 현장의 사진과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불과 몇 분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오히려 TV 뉴스에서 거꾸로 이것을 바탕으로 사고 속보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는 지난 6월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 여러 대중 매체들이 실시한 출구 조사의 예측을 뒤엎는 선거 결과가 곳곳에서 나왔는데, 그 바탕에는 투표 마감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스마트 폰을 이용해 쏟아진 투표 독려 메시지와 투표 관련 정보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트위터(twitter)’라는 1인 미디어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서 기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선거의 사례는 자신이 직접 고르고 선택(트위터에서는 특정 인물, 매체의 소식을 선택하여 구독하는 것을 팔로우-follow-라 한다)한 미디어가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 신뢰성과 설득력을 갖는지 잘 보여주었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이처럼 기존의 미디어, 대중 매체를 극복하는 혁명적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 미디어란 기존의 매스 미디어처럼 정보나 컨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웹 기반 기술을 통한 양방향 소통을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컨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정보와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미디어를 말한다. 이 소셜 미디어는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각 주체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정보의 접근이 아주 쉽고 또한 정보의 확장 속도도 아주 빠르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미니홈피, 블로그,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컨텐츠), 마이크로 블로그라 불리는 트위터(twitter) 등이 모두 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셜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정확성, 신속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지금까지 매스 미디어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동시에 정보의 수용자, 혹은 소비자였던 개인을 정보의 생산자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많은 개개인들에 의해 수정되고 재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소셜 미디어만의 차별화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와 결합하여 더 새롭고 강력한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유연함까지 가지고 있다. 방송사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와 기관들이 앞 다투어 소셜 미디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소셜 미디어에서도 개인들이 대중매체의 컨텐츠를 소비하고 재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결합은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과거 명확히 구분되던 정보 생산자-정보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변화들은 그 시작에 불과하며,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미디어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 정보 통신의 발달과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소셜 미디어 - 스포츠에 있어 위협인가 기회인가?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방송 미디어가 스포츠가 가진 시간적, 지역적 제약을 극복하게하고 스포츠 고유의 가치를 극대화 시킨 것처럼, 스포츠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가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대체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계권과 중계권료 수익, 스폰서 권리와 스폰서 수익처럼 여전히 스포츠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즉 스포츠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기존의 미디어로부터 파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미디어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스포츠에 있어서 수동적 수용자이자 소비자였던 개인들이 앞으로는 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스포츠 컨텐츠의 소비와 유통, 그리고 재생산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 경기의 소식이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접근 할 수 있게 되어 스포츠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수단이 더욱 다양해지고, 단순히 보는 스포츠가 아닌 보는 동시에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입체적 스포츠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와 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은 결국 서로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스포츠와 미디어는 과거와 같은 고정적인 역할이 사라지고 각자 자신의 목적에 맞게 미디어는 스포츠를, 스포츠는 미디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고정되어있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는 각각을 더욱 풍부하게, 그리고 서로를 더욱 이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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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종세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한국 언론의 고질 ‘우리팀은 강점만 부각…상대 전력은 평가절하’
독자 시청자 판단 흐리는 주범… ‘분위기’
의식말고 진실 전달해야


주간동아, 한국의 98프랑스 월드컵 ‘16강 좌절’ 정확히 예측…기자협회상 수상

‘…과연 한국은 1승을 거둘 것인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간단히 말하자. 대답은 노(NO). 그럼 한국이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은? 답 1무2패.…'
1998년 6월. 제16회 프랑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동아일보사 발행 주간지 ‘뉴스 플러스’(현 주간동아) 138호는 월드컵 특집 ‘한국, ‘꿈의 16강’… 골문은 바늘 구멍‚  ‘전문기관들 ‘확률5%’… “1무2패가 최고성적”‚제하의 기사에서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1무2패로 조 예선에서 탈락, 16강전 진출이 좌절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국내 언론은 신문과 방송 할 것 없이 거의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개최국인 한국이 16강전에 진출했으면 하는 염원과 함께 조 예선 통과를 단정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결과는? 멕시코에 1대3 역전패,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 0대5 참패, 이 때문에 차범근감독이 중도하차하고 김평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벨기에와 1대1로 비겼다. 1무2패, 뉴스플러스의 예상기사는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적중했다. 당시 이 기사를 썼던 동아일보 체육부의 김화성기자는 한국기자협회로부터 1998년 6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물론 김화성기자의 빈틈없는 취재와 예리한 통찰력이 완벽한 기사를 만들어냈고 영예의 기자상까지 받게 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많은 기자들이 한국의 예선탈락을 예상하면서도 ‘분위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그렇다 치더라도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등 3개 월드컵 본선에서 잇달아 예선 탈락했던 한국축구가 또 예선 탈락할 것이라고 썼을 경우 그 기자는 쏟아지는 주위의 엄청난 비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네티즌들로부터 날아드는 항의성 메일과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익명의 비난 전화를 각오했어야했다. 그러나 김화성기자는 이 같은 위험부담을 의식하면서도 과감히 한국의 16강 좌절을 예단했다. 정말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세계 3위입상 쾌거 달성

태극낭자들이 한국축구사상 첫 세계 3위라는 큰일을 해냈다. 우리나라는 8월1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 여자 월드컵 3.4위전에서 남미의 콜롬비아를 1대0으로 물리치고 세계 3위의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남자대표팀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FIFA가 주관한 대회에서 한국축구가 3위에 오른 것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 모두가 경하해야할 낭보다.

                            FIFA 주관대회에서 사상 첫 3위에 오른 20세이하 여자 대표선수들이 태극기
                            를 휘날리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사진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필자가 축하해야 할 잔치상 앞에서 굳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린 것은 우리나라 스포츠 미디어가 보다 정확한 기사를 써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밀한 전력분석을 바탕으로 열세일 때는 열세라고 해야 하는데 사기 진작차원에서 ‘공은 둥글다’면서 ‘이길 수도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 결국 독자나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지난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16강전 진출이 확정되자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가 우루과이를 꺾은 뒤 8강전에서 미국-가나전 승자를 누르고 브라질이나 네덜란드와 4강전을 치를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상기사를 쏟아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국내 언론은 7월29일 밤 독일과의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도 한결같이 한국의 우세를 점쳤다. 한국팀의 열세나 불리가 불을 보듯 뻔 한데도...


남아공 월드컵 이어 20세이하 여자축구도 전력 과대포장…축구 팬들 혼란

객관적으로 독일은 개최국인데다 FIFA 랭킹 2위로 한국의 21위보다 훨씬 앞서있고 이번 대회 각종 통계에서도 우위가 분명했다. 독일은 예선부터 4전 전승이고 한국은 3승1패, 득점은 13대 11, 유효 슈팅도 43대 27로 독일 우세였다. 팀내 최다득점 역시 독일의 알렉산드라 포프가 7골, 한국의 지소연이 6골로 이 또한 한국의 열세. 다만 한국은 평균 볼 점유율이 56%로 독일에 2% 앞선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강점이 없었다.




                                    7월29일 밤 10시30분(현지시간)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의 임선주(오른쪽)가 독일의 알렉산드라 포프와 헤딩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특히 우리나라는 여자축구 등록선수가 1,404명, 축구팀은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다 합쳐도 65개 팀에 불과한데 독일은 등록선수 105만301명에 여자 성인팀만 5천개가 넘어 여자 축구 저변에서도 크게 뒤져있는 상황.

누가 보아도 한국이 불리한 여건인데도 국내 스포츠 매체들은 ‘8년 전 2002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진 한국 남자대표팀의 패배를 설욕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강점만 부각시켰다. 조직력과 체력이 뛰어나 전반 독일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뒤  후반 중반이후 체력이 떨어진 독일을 압박하면 승산이 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독일은 체격이 좋지만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경기결과는 1대5 참패였다. 우리나라는 지소연과 이현영 등이 신체조건이 월등한 독일의 수비를 뚫고 여러 차례 기회를 노렸으나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전반에 2골, 후반에 3골 등을 허용, 완전히 무너졌다. 독일은 북한과의 8강전에서도 2대0으로 승리했는데 한국에는 더 쉽게 이겼다.

모든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사명은 실체적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전력이 분명 열세인데도 한국의 강점만 부각시키고, 분명 우위에 있는 상대팀의 전력을 평가절하 하는 보도 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한국스포츠는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세계7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세계5위에 오를 만큼 부쩍 컸다. 이제 한국 언론도 이에 걸맞게 ‘아전인수식’ 경기 전망이나 해설은 떨쳐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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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용만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SBS에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자 KBS와 MBC가 맹공을 퍼부으며 바야흐로 대한민국
에도 중계방송 전쟁에 대한 서곡이 울렸다. 형님 격인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막내 격인 SBS에 화가
잔뜩 난 것은 올림픽 중계방송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월드컵을 중계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상한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두 방송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빼앗겼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SBS와 융단폭격을 해서라도 자존심 회복과 광고수익을 얻으려는 두 방송사 간에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서도 스포츠를 놓고 독점중계를
하려고 방송사 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것을 보니 스포츠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 사실인가 보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사전 허가 없이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대한민국에 어떤 전쟁이 시작되었나?

과거 대한민국의 국제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방송중계 협상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로 구성된
스포츠중계권 협의체인 ‘코리아풀(Korea Pool)’에서 결정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담합을 통해서
중계권료를 싸게 지불하고 사이 좋게 나누어 방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MBC가 박찬호가
맹활약할 당시 메이저리그야구를 독점 계약하여 방송 3사의 ‘합동방송시행세칙’을 어기면서 다툼이
촉발되었다. MBC가 약속을 위반하자 곧 바로 KBS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권을 독점계약 하면서
MBC에 보복을 가해 실질적으로 방송 3사 간 ‘합동방송시행세칙’은 파기되었다. 이로써 오랜 동안
국제스포츠 중계협상 시 대한민국의 광고시장이 협소하다는 핑계로 방송 3사의 ‘코리아풀’을 통해 저렴
하게 중계권을 획득했던 구조는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부터는 대한민국에
독점중계를 둘러싼 방송사 간 총성 없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왜 방송중계권 쟁탈전인가?

그렇다면 SBS는 왜 일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독점중계를 고집하는 것이며, KBS는 법적 소송을
불사하며 SBS의 독점중계를 저지하려 하는 것일까? 합리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여론전을 벌이며 본질을 숨기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이벤트
만큼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송사들마다 케이블과 위성 등 뉴미디어 분야에
진출하면서 이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중계권 쟁탈전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일 수밖에 없다.


독점중계권은 잘못된 것일까?

경제수준이 높은 스포츠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점중계권 형태가 정착되었다. 방송사 간 치열한
물밑 쟁탈전은 있겠지만 일단 주관방송사가 결정되면 국민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서 독점중계 형태는 어쩌면 세계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인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의미에서의 독점중계는 대한민국처럼 하나의 방송사만이 독점적으로 중계를 하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독점중계권이란 중계방송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국 내 타 방송사에 재판매 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독점
중계권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는 일반화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론에 의한
본질의 호도 때문인지 아직은 개운치 않은 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독점중계의 해법은 무엇인가?

이제 과거 담합형태의 중계권 협상으로 값싸게 스포츠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방송사간 담합 룰인 ‘합동방송시행세칙’이 깨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적 수준
이나 국제 스포츠의 위상 정도에 비추어 볼 때 IOC나 FIFA에서 대한민국에 값싸게 중계권을 줄 리 만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도 독점중계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구조를 이해
하는 것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각 방송사 간 갈등의 핵심은 서로 입장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월드컵을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비즈니스 구조 혹은 시장경제논리로 이해함이
옳을 듯싶다. 독점중계권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방송사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관방송사로부터 구매를 하여 방송중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SBS만이 월드컵 중계를 한다 하더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SBS를 보면
되고 축구를 싫어하는 시청자는 다른 채널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SBS 방송사가 싫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에 방송중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은 국제스포츠계의 독점중계권 프로그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스포츠 비즈니스 차원에서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SBS로부터 KBS와 MBC가 중계권을 구매하여 중계도록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천만하게
독점중계권 계약을 한 것은 SBS의 사업적 성과이다. KBS와 MBC가 SBS의 노력을 인정하고 남은
2012런던올림픽과 2014브라질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이상적인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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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유상건 (인디애나대학교 스포츠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20세기 말에 벌어진 가장 세계적인 사건이 다이애나 비의 죽음이라는 농담이 있다.  ‘영국의 전
황태자비가
이집트인 애인을 만났고 일제 오토바이를 탄 벨기에인 파파라치에 쫓기다 결국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 
독일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대만이 만든 칩에 저장된 후 한국인이 만든
컴퓨터를 통해 전세계인이
확인했다’는 우스개가 그것이다.

종종 글로벌리제이션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 같은 사례는 사실 스포츠세계에서도 일상적으로
발견된다.
로버트 라이(1991)는  “ 캐나다 자본이 스웨덴에서 디자인한 하키용품은 덴마크에서
조립되며 델라웨어에서
품질개선을 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된다”고 말하고 있다. 골프 대회만
예를 들어도, 미국의 자본이 기획한
골프대회가 유럽인이 디자인한 아프리카의 골프장에서 열리고
웃통을 벗은 호주 갤러리가 지켜 보는 가운데
일본 관광객이 내민 수첩에 한국인 골퍼가 사인해
주는 모습을 중계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이애나 비 사건과 골프대회의 공통점은 미디어다.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에게 전달되기 까지에는
언제나
미디어가 매개돼 있다. 그래서 미디어가 문제다. (혹자들은 미디어가 아니라 정작 기자가
문제라고도 하지만).
미디어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우리의 눈과 귀를 점령 한 지 이미
오래다.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스포츠라면 아예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고
엄숙히(?) 선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인 들에게는 이미 삶의 한 요소가 됐다. 미디어와
스포츠는 공기와 같이 우리를 둘러 싸고 있고 우리는
매일매일 섭취하는 음식처럼 이를 소비하고 있다.

미디어스포츠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90년대 말 케이블 방송을 포함해 33개 채널에서 동시에
10개의
스포츠경기를 중계했다. 매년 8000여개의 스포츠 경기가 전파를 탔고 이중 평균 22개 경기가
매일 방송됐다.
( 캐설린 앤 자넷의 ‘미디어스포츠연구:  미디어스포츠의  연구분야와 주제’ 참고).
우리나라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면서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골프와 스포츠 채널이 폭
넓은 시청자층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사실에 부합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광고도 미디어의 일종이다.
평균적인 미국인이 하루에 1만 6000개의 광고에 노출된다는 조사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
치약을 짜는 순간부터 시작해 퇴근하면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라디오 광고를 듣는 우리의
하루를 생각할
때 미디어의 영향력은 놀랍기만 하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출근길 전철에서 읽는
각종 스포츠 뉴스는
회사 휴게실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직장인들의 근무시간 중 스포츠 시청
문제는 월드컵이나 WBC
등 큰 경기가 열린 후에는 단골처럼 신문의 사회면이나 기업면에 등장한다. 

미디어와 스포츠는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공생을 모색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미디어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고 스포츠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며 이를 통해 확대,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와
스포츠가 만날 때 탄생하는 다양한 현상은 흥미진진한 관찰과 연구의 대상이다. 
특히 모든 학문이 사회가
제기하는 요구와 필요에 대해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연구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가지 점에서 미디어스포츠 연구가 우리의 대답을 기다린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불문하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할 때 스포츠를 빼놓고 말 할 수 있을 까.


스포츠는 거대 자본이 모이는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월드컵과 올림픽이다.  미디어가 상투적으로 표현하는 이들  ‘세계인의 축제’가 열릴 때는 거의 모든
나라의 국민 대다수가 공의 향방에 열광하거나 좌절한다.  기술발달에 힘입어 선수의 몸짓 하나
하나가 우리의 탄복과 신음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시대가 됐다.  미디어는 이들 스포츠 이벤트
보도에 집중한다. 스포츠를 주연으로 한 무대에 미디어라는 연출가가 최고의 드라마를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놓칠 수 없는 연구의 장을 제공한다.


미디어스포츠 연구는 우리에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많은 주제를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스포츠는 세계로 열린 창’인 셈이다.

하버드 대학 인류학과의 디어도어 베스터 교수는 참치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일본의 스시문화가
제트기와 냉동 기술을 등에 업고 어떻게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왜 일본의 맛과 문화가 뉴요커들을
사로잡았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참치 관련 논문만 이미 수편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글로벌리제이션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하물며 참치
(물론 큰 참치는 300 kg이 넘는다고 하지만)로도 가능한데 스포츠야
 말로 얼마나 무궁무진한 자료를 제공하겠는가. 

내셔널리즘이나 성차별, 권력 같은 추상적인 주제도 미디어스포츠 연구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해외 스포츠 현장에서의 성공이 왜 한국인에게는 그토록 중요할까? (미국 LPGA투어에서의 우승이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사례라고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가? 우리의 스포츠 기사를 분석해
보면 해석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70년대를 풍미했던 토털사커가 자신들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싶어한다. (문화적으로 우아하고 민족적으로
탁월한 오직 네덜란드인만이 창안할 수 있는 위대한 전술! 이들의 행태를 추적해 보면 내셔널리즘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젠더문제도 마찬가지다. 가장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곳 중의 하나가 미디어의 스포츠 보도 분야다.
보도량과 보도태도에서 이는 확실히 감지된다.  또 권력(Power)문제는 어떤가 국제스포츠기구를 둘러
싼 각 나라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치열함은 결코 그 보다 떨어지지 않은 채’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스포츠 세계다.

학문세계(Academia)내에서 해결해야 할 독특한 연구 문제와 연구 분야가 있다면 해당 학문입장에
서는 학문적 정체성(Identity) 과 관련해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론이 필요하고 무엇이 가장 효율적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연구방법을 떠나 연구주제에 대해서만 말 한다면 미디어스포츠 (Mediasport) 는 일종의
축복이다. 미디어스포츠 연구는 우리 사회로 연결된 또 하나의 내부 통로다. “미디어를 알면 스포츠가
보이고 스포츠를 통해 미디어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 미디어스포츠 연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설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어떨까? 스포츠 연구자들의 멋진 응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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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기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조교수)



● 타이거 우즈와 위기관리론(Crisis Management)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한방 맞았다.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원망할 일도 없다. 연쇄적으로 터지는
새로운 "소식"에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우즈도 무방비 상태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충 이야기가 이렇다.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우즈가 손수 운전하던
차량이 소화전과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운전을 했으며, 어디를 가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사고당시 함께 있지 않았다가 뒤늦게
현장으로 나와 우즈를 차 밖으로 꺼내준 부인 앨린. 경찰서에서 사고 경위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
우즈. 이런 저런 의문점들에 기자들은 사건을 파기 시작했고, 결국 사건 발생 3일 후 우즈는 불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다. 그럼에도 사건은 진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지금까지 14명의
"우즈녀"가 수면위에 드러난 상태이다.





우즈는 이번 사건으로 복구불능의 상태가 될 것 인가.

아직 그렇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즈가 누구인가. 34세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 14승을
포함해 총 82승을 거두고 있는 슈퍼스타이자, 스포츠 선수로는 처음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움직이는 일인 기업 아닌가. 모든 기업에 기업PR 전문가가 있듯, 우즈 역시 전문
홍보인력이 대거 투입돼 주워진 상황에서 최선의 대처방법을 찾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와 같이, 기업 또는 개인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PR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라고 한다. 한편, 위기에 대처하는 개인 또는 조직의
구체적인 대처 방식을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즈의 현재까지 위기관리 전략은 어떠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이러한 점들이 이번 타이거 우즈 사건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 위기대처전략¹) (Crisis Response Strategy)

PR의 관점에서 위기(crisis)라 함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개인 또는 조직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건 또는 상황을 말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전략, 즉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은 위기의 종류와 위기에 처한 개인과 조직의 내적/외적 변수들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PR전문가들의 상식이다.

위기의 종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의 정도"에 따라
루머(rumor), 자연재해(natural disasters), 타인에 의한 악의적 행동(malevolence), 사고(accidence),
법적/윤리적 위반행위(transgression)로 나눌 수 있다. 즉, "루머"에서 "위반행위"로 이동 할 수록
위기에 연루된 개인 또는 조직의 책임이 커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유형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전략은 위기상황 부정(denial), 위기에 대한
책임의 극소화(execuse), 위기에 처한 조직/개인의 피해인식 최소화(justification), 공중의 동의
및 선처 요구(ingratiation), 위기상황 복구 작업(corrective action), 사죄(full apology)의 6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6가지의 위기대처전략을 찬찬히 살펴보면, 위기상황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방어적
(defensive)인 태도"에서 사죄를 하며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다는 "매우 순응적(accommodative)인
태도"로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위기 대처전략은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방어적이거나 반대로 매우 순응적일 수  있다. 가령 악의적 루머가 퍼진 경우, 루머가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림으로 위기 자체를 부정(denial)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으며, 이는 가장
방어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에 연루된 개인이나 조직의 책임이 커지면 커질
수록, 예를 들어, 위반행위(transgression)에 가담한 사실이 명백할 경우, 방어적이기 보다는 좀더
순응적인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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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W. Timothy Coombs (2000), "Designing Post-Crisis Messages: Lessons for Crisis Response
Strategy," Review of Business, 21(fall), 37-41.




● 타이거 우즈의 전략

무수히 많은 기사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이후, 우즈 측의 공식 대응은 그의 웹 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3번의 공식 성명에 불과하다. 이 3번의 공식 성명을 분석해보면 우즈 측이 바라보는
위기인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발 빠른 대처 전략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공식성명

사건발생 3일후(11월 29일) 침묵하던 우즈는 자신의 공식 웹 사이트를 통해 첫 번째 성명을
발표한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상황은 내 잘 못이고, 나와 내 가족에겐 분명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 가족에
대한 많은 소문은 모두 거짓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에 해당하며, 이러한 전략을 통해 항간에 떠돌던
불륜 설을 단순 루머, 즉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로 평가절하 하여, 위기상황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략 수립의 대전제는 물론 떠도는 소문이 "루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실에 바탕을 둔 소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우즈 측이 최초에 실행 했던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은 우즈의
불륜을 뒷받침 할 증거물이 없을 것임을 가정한 대처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성명 발표이후 불과 3일만에 우즈의 불륜을 밝혀줄 증거가 보도되었고, 우즈 측의
위기대처 전략은 가장 방어적인 위기상황 부정(denial)에서 가장 순응적인 사죄(full apology)
전략으로 급선회 하게 된다.


두 번째 공식 성명

우즈의 첫 번째 공식 성명이 발표 된지 정확히 3일만 인 12월 2일(현지시간) 두 번째 성명이
발표된다. 우즈는 두 번째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나는 내 가족을 실망 시켰으며 나의 위반행위(transgression)를 온 마음으로 후회 한다"

이는 그간 언론에 보도된 불륜 설을 위반행위(transgression)란 단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불륜 설에 대한 반박보다는 사죄의 말을 전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이는
우즈 측의 위기대처전략이 위기상황부정(denial)에서 사죄(full apology)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가지 주목 할 만한 점은 우즈의 내연녀로 지목된 한 여성이 US Weekly를 통해 우즈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불륜을 입증할 "증거"로 제시 한 직후(일부 언론에 의하면 3시간 이후) 우즈의 2차
성명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위기상황 부정(denial)에서 사죄
(full apology)로의 전략수정은 반박하기 힘든 증거가 보도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이러한 전략
수정은 PR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공식 성명

사건 발생 2주가 지난 12월 12일 우즈는 세 번째 공식 성명을 발표한다.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는데 집중하기 위해 프로 골프 생활을 무기한
쉬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성명에서 우즈는 사건 발생이후 최초로 불륜(infidel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얼핏 보면 단순 사죄(full apology)의 성명으로 들리나, 이보다는 2차 성명을 통해 전달한 사죄의
메시지를 뒷받침 하는 위기상황복구(corrective action)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 할 것이다.
위기상황복구 전략(corrective action)이란 위기로 야기된 피해를 어떻게든 원상태로 복구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유조선 사고로 인한 기름유출 위기상황에서 적극적인 해양 정화작업을 실시함으로써
사고 이전상태로 수질을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즈의 위기상황에서 피해상황은 단연 "가정의 파탄"이며, 우즈의 3번째 성명에서 밝힌 내용은 파탄
난 가정을 최선을 다해 "복구" 해보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사실 우즈가 앞으로
영원히 골프를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지나 2차
성명에서 밝힌 사죄(full apology)이후 위기상황 복구(corrective action)전략을 추가한 위기대처
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으로 풀이된다.


● 앞으로의 타이거 우즈

우즈가 취하고 있는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은 PR원칙을 아주 충실히 따르는
교과서적 대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으로 우즈에게 타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이미지 실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로선 얼마나 더 큰 이미지 실추가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순차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이제까지의 위기대처전략보다는 앞으로의 대처가 더욱 중요 할 것 이다. 아직까지 우즈
사건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발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대중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다음 우즈는 추가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 할 것이다.
아마도 추가적인 대처는 동의 및 선처 요구(ingratiation)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행을
배품으로, 또는 과거에 행한 선행을 부각시킴으로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사죄(full apology)와 위기상황 복구(corrective action)전략과 더불어 순응적인(accommodative)
전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타이거 우즈가 앞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존의 "바른생활 사나이"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떠한 이미지를
개발해야 할 지는 앞으로 우즈의 홍보수석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프로 데뷔 후 10년간 좋았으니 이제 어려운 날도 있나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미지가
실추되었다 회복한 유명인의 경우가 적지 않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비서와의 부적절한
관계이후 바닥에 떨어졌던 명성이 어느새 다시 좋아지지 않았는가).
우즈의 앞으로의 PR전략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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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기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조교수)


삼성 하우젠 에어콘이 김연아 선수 덕을 톡톡히 본 듯하다. 지난 여름 김연아 선수의 광고
출연 이후, 대당 가격이 4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까지도 전년 대비 매출이 40%이상
늘었다니 말이다. 사실 김연아 효과를 본 광고주들이 어디 삼성 하우젠 뿐이겠는가. 대충
생각해도 떠오르는 광고가 줄잡아 대여섯 개는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의
광고출연은 어떠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광고는 세상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이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제품홍보를, 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즉, 광고주와 선수 상호간의 "소통의 목적"이
맞아 떨어졌을 때 광고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주와 스포츠 스타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기업의 입장

기업의 입장에서 고려할 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스포츠 스타가 자사 제품의 고객층에
매력적인 인물인지를 확인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유명하다는 것과 매력적이라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 할지라도 자사의 고객층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지 못한다면, 고액의 광고 출연료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매력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스포츠 스타는 그 자체로
또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따라서 각각의 운동선수는 그들 특유의
"느낌"과 "메시지"를 끊임없이 표출하고 있다. 악동의 느낌이 있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꿈과
희망을 의미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광고주 입장에서는 선수가 표현하는 느낌과
메시지가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의 고객층에 적합 하다고 판단될 경우 매력적인 선수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따라서 무조건 유명한 선수를 고르기 보다는, 제품의 주 고객층이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 이다.

➤ 선수의 입장

스포츠 스타의 입장에서 바라본 광고 역시 대중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이는 광고에 나오는
제품에 대한 소통을 의미하기 보다는 선수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수의 입장에서도 제품의 특성, 또는 전반적인 광고의
 제작방향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잘 맞지 않는 제품의 광고에 출연했다가 기존에 형성된 긍정적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광고출연을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분별없는 광고출연 또한 지양해야 한다. 과도한 광고출연은 다양한 제품에서 전이되어 오는
제각각의 이미지로 인해 선수 고유의 이미지를 퇴색시킬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사실이든 아니든) 돈만 밝히는 속물 이미지를 심어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계획되고 균형 잡힌 광고출연이 바람직 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출연하는 광고는 그 수가 적지는 않지만, 기업의 매출과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기업과 선수
모두가 Win-Win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쪼록 기업과 선수, 그리고 대중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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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건만 (한국체육언론인회 부회장)


세계 골프가 다시 한국 선수의 마법에 걸렸다.
이번엔 남자다.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서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더니
지난 17일엔 ‘바람의 아들’ 양용은(37)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
미국프로골프 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른 것 이다. 

타이거 우즈가 누구인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도 마지막 날, 타이거 우즈만 만나면
제 실력 발휘를 못해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선수가 한 둘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오죽 했으면 아일랜드의 한 베팅 업체가 이번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가 2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서자 최종 결과도 보지 않고 우즈에게 돈을 건 사람들에게 일찌감치 원금의 5배를 나눠줘 2
12만 달러(한화 약 26억5천만원)를 허공에 날렸을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업체는
마지막 날, 타이거 우즈가 이기면 더 많은 배당이 예상돼 배당률 5대1선에서 손실을
막아보자는 심산이었던 셈이다. 그 만큼 양용은이 우승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기적에 가까운 승리였다.  

이런 어마 어마한 우승의 원동력, 아니 마법은 어디서 나왔을까.
많은 사람들이 분석하고 많은 이론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두 가지 만은 확실 것 같다.
골프를 죽을 만큼 하면서도 즐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그맨 김제동이 TV ‘무릎 팍 도사’에 나온 적이 있다. 사회자가 고민을 물었더니
그는 의외로 야구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마 야구 스타 이승엽과
오랜 친구사이여서 야구를 좋아 하는데 자신이 실제로 해보니 별로 기량이 늘지 않아
늘 고민이라는 이야기였다.

사회자 강호동이 물었다. “죽을 만큼 해봤습니까?”.
김제동은 잠시 생각한 뒤 “방송은 죽을 만큼 해봤는데 야구는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결국 김제동은 방송에서 죽도록 노력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고 야구에선 죽도록
노력을 안했기 때문에 기량이 늘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 잘 나간다는 CEO들의 필독서 가운데 ‘아웃 라이어-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란
책이 있다. 여기서 저자 맬컴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한다. 어느 분야이든 간에
적어도 1만 시간을 투자해야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이라면 하루 3시간씩
잡아도 약 10년이 걸리는 적지 않은 시간이다.

비틀스는 무명시절 독일 함부르크시의 바에서 하루 8시간씩 3년간 연주를 하며 기량을 닦았다.
빌 게이츠는 시애틀의 사립고등학교에 다닐 때 밤새 컴퓨터를 만졌는데 그 시간이 어림잡아
1만 시간은 됐다고 한다.
우리의 발레리나 강수진은 한 시즌 토슈즈 150켤레를 버릴 정도로 연습해 별명이 ‘연습벌레’다.
김연아 역시 뛰어난 기량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지만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 아니라 죽을
만큼 노력한 대가인 것이다. 전담 코치 브라이언 오서는 그의 자서전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서 “연아의 유일한 결점은 지나치게 연습하는 완벽주의자라는 점”
이라고 술회했다. 

양용은. 그 역시 한 눈 팔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골프를 쳤다.
그는 프로 데뷔 3년만인 1999년 상금랭킹 9위에 올랐지만 벌어들인 돈은 1800만원 남짓이었다.
스스로 “구두닦이 전국 9위를 해도 이것보다는 많이 벌겠다”고 말할 정도로 적은 돈벌이였지만
먼 밝은 미래를 위해 묵묵히 연습장과 대회장만 오갔다. 김연아가 하나의 점프를 익히기
위해 무려 3000번의 엉덩방아를 찧을 동안 양용은은 하나의 샷을 다듬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수십만 개의 볼을 치고 또 쳐댔다.

양용은이 졸업한 제주고의 서정필 교장은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좋아 하는 일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심히 하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용은이의
모습에서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두 살 때 미국의 유명 TV쇼에 나와 골프의 신동임을 일찌감치
알렸다. 양용은은 그러나 TV 쇼는 커녕 밥 먹고 살기 어려워 19세 때 골프채를
처음 손에 쥐었다. 이후 양용은이 어떤 역경을 겪었는지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양용은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우승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남들이 공 10박스 치면
나는 100박스 칠 정도로 골프가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두 번째 마법은 바로 즐거움
이었다.
그의 이런 ‘멘탈 게임의 승리’가 바로 이번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은 비결일 것이다.
마지막 라운드 내내 양용은은 긴장하기 보다는 배짱 좋게 즐기는 마음으로 샷을 날려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승에 너무 집착해 힘이 잔뜩 들어가고 긴장되면 자기 실력이 제대로 나올 수 없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모처럼 날아온 낭보 속에 이런 엄청난 노력의 피와 땀이 섞여 있었음을 잘 헤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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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종세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올 세계선수권에서 48년 만에 ‘노 골드’ 수모...누적된 자만의 결과
사람들은 태권도하면 한국을 떠 올리고 유도하면 일본을 떠 올린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태권도와
유도의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은 태권도에 4명의 선수가 참가,
전원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금메달 13개로 종합7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일본 유도 역시 올림픽이든 세계선수권대회든 세계 최강이었다. 그런 일본이 올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48년 만에 ‘노 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누적된 자만의 결과였다. 내분이 그치지 않은 한국
태권도가 일본 남자 유도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1961년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 못 따...한국은 금 2로 남자 종합1위
지난 8월30일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센터에서 닷새간 열린 2009년 제26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한국 남자 유도는 이미 2개의 금메달(왕기춘, 이규원)을 따낸 뒤라 남자부 종합 1위의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날의 -100kg급과 +100kg급에서 모두 우승해야 한국을 제치고
남자부 종합 1위에 오를 수 있는 절박한 상황.
일본은 1956년 제1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도쿄)가 출범한 이후 1961년 제3회 대회(파리)에서
네덜란드의 안톤 헤싱크에게 금메달을 내줘 ‘노 골드’를 기록한 적은 있으나 이후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세계유도선수권대회는 1회부터 3회까지 체급제한 없이 1체급만 열렸고 4회 대회 때
4체급, 5회부터 9회 대회까지 6체급, 10회 대회(1979년)이후 8체급이 열리다가 올해부터 7체급으로
줄었다. 하지만 일본 남자 유도는 이날 두 체급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 1961년 이후 48년 만에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마침 이날은 일본 총선에서 1955년 이후 집권해온 자민당이 야당인 민주당에 대패, 54년 만에
정권을 내줘 일본 남자유도와 함께 몰락의 쓴잔을 든 날이기도 했다.

6회, 8회 대회에서는 6개 전 체급 석권...‘전설’ 야마시타 203연승 신화
사실 일본 남자 유도는 세계선수권대회 창설 이후 지난 50여 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었다.
특히 1969년 제6회 멕시코시티 세계선수권대회와 1973년 제8회 스위스 로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6개 전 체급 우승을 독차지했고, 8체급으로 늘어난 1979년 파리대회이후에도 20년간 4체급 이상의
정상을 지켜 종주국의 면모를 이어왔다.
일본 남자 유도는 야마시타 야스히로로 대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로
1977년부터 1985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우승, 전(全) 일본 유도선수권대회
9연패 등의 위업을 이루면서 무려 203연승의 대기록을 세워 ‘장엄한 유도 기계’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는 금 없이 은1,동1 초라한 성적...일본 유도계 내분 반목이 원인
그러나 일본 남자유도는 야마시타 은퇴이후 쇠락의 조짐을 보이더니 1989년 베오그라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체급이 3개로 줄었고 1997년 파리대회에서는 한국(금메달 3개)보다 적은
2개의 금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이어 2001년 뮌헨 대회와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겨우 1체급에서 우승하는 퇴조를 보였으며 마침내 올해에는 48년 만에 금메달 없이 은, 동메달
각 1개로 대회를 마감하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일본 유도는 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금메달 3개로 남녀 종합
순위에서는 가까스로 한국에 앞서 1위를 지켰으나 종합 2, 3위를 차지한 한국과 프랑스 등에
언제 종합 우승을 넘겨 주어야할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일본 남자 유도의 재기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남자 유도의 조락은
경쟁국들의 기량 향상 못지않게 일본 유도계의 내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일본 유도연맹의 집행부 구성과정에서 파벌다툼이 일었고 이 여파가 국가대표선수 훈련과 선발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태권도, 베이징 올림픽 종합 1위...국기원 등 파벌싸움 위험 수위
필자는 일본 남자 유도의 최근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 태권도의 장래에 대한 우려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총재 선출과 관련, 한국인들끼리 반목하고 있다는
듣기 거북한 잡음이 들려오고 있고 세계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도 주도권 싸움에 난파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또한 거물급 정치인을 잇달아 회장으로 추대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협화음이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에서 한국에 4개의 금메달을 안긴 임수정 손태진 황경선 차동민(왼쪽부터) 

태권도계 분규 종식...경기 규칙 개선 등으로 종주국 위상 지켜야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우리나라 메달 획득의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온 태권도. 하지만 유도와는 달리 아직도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 위협을 받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는 보장돼있으나 2020년 올림픽에서 가라테 등과 겨뤄 살아남으려면
경기 규칙의 객관화 등 보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또 종주국 한국의 경기력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경쟁국들에 대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고의
훈련과 공정한 대표 선발 등 부단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10월14일부터 덴마크에서 열리는 2009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도 만만치 않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했다고 해서 이번 세계대회에서 자만했다가는 일본 남자 유도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설사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궁극적으로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등 관련 기관 단체의 분란이 계속된다면 한국태권도의 경기력은 치고 올라오는 신흥 태권도 강국의
도전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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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태영 (스포츠포럼21 상임대표)


흔들리는 윤리의식, 폭력은 인격침해

스포츠 폭력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뿐더러 미디어의 비판은 더욱 날카롭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보다 얼마나 오랜 고질병이기에 이 난리인가. 학교 교육과정에서,
선수훈련 현장에서 터지곤 하는 이 폭력사태를 이제는 ‘기합(氣合)이라는 이름의 필요악’이라느니
‘사랑의 매’라느니 하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공영방송 뉴스시간에서 가끔 보는 장면. 경기에 진 학생선수들을 모아놓고 기합을 주는 감독선생의
구타장면은 교육차원을 넘어서 인격파괴 폭력이라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동안 KBS가 학원스포츠의 폭력근절을 캠페인하면서 선수들의 인권차원에서 접근하여 고발하는
기획취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기자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디어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하곤 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학교에서 스승의 권위가 흔들려 중,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오히려 희롱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교권확립이니 ‘사랑의 매’라느니 하는 표현은 이젠 구시대의 구호가 된 느낌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침을 보면 이제는 스승의 심한 욕설, 모욕, 사회통념을 벗어난 체벌(體罰)은
모두 폭행죄에 해당되며 이 경우 지도자는 형법이나 공무원교육법 또는 대한체육회 상벌규정에
따라 처리하게 되어 있다.



대표팀 훈련 중 폭력사고로 파문확대

이와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행사건의 악영향으로 스포츠계에 그 피해사례가
늘어나 어느 때보다 경각심이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이번에는 남자배구 대표 팀의
태릉선수촌 훈련현장에서 선수가 코치로부터 손바닥과 주먹, 발로 얼굴과 배를 마구 구타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배구대표 팀의 박철우 선수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렬 코치로부터 손바닥과 주먹, 발로 얼굴과 배를 마구 구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 다음 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 선수의 얼굴은 끔찍했다. 왼쪽에 온통 피멍이 들었고,
배에도 구타당한 상처가 뚜렷했다.

어이없는 것은 구타의 이유다. 단순히 행동이 건방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강잡기 본보기 체벌이라는 이야기다. 해명을 들어볼 필요 없이 어디로 보나 '사랑의 매'는
아닌 듯 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선수들 증언에 따르면 역시 코치의 감정폭발이라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선수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에는 남자배구 LG화재 감독이 구타 사건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배구에서 자주 문제가 터졌다.

폭력사건이 불거지자 이번에도 배구협회는 재빠르게 사과성명을 내고, 당사자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앞으로 폭력근절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윤리불감증 지도자 자질에 문제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학교체육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폭력과 성폭력 지도자를
영구 제명하도록 촉구한바 있는데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현장에서 폭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질미달의 지도자 기용에다
윤리교육 불감증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의 경우 진상조사 이전에 사건을 호도(糊塗)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유로든 스포츠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이번의 폭력사태야말로 '일회성 파문'으로 흐지부지
되선 안 될 일이다.

체육계 폭력 관행,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 조사를 보면 남녀 학생 선수 80%가 지도자나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그중 25%는 주 1~2회 이상, 5%는 매일 폭력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학생선수들이 ‘운동기계’로 전락하는 걸 막으려면 먼저 음성적 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상담제도의
활성화를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목표도 폭력이란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
한국스포츠가 여러 가지 성공모델로 국제사회에서 특별한 조명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선수인권을
보호하고 윤리의식을 높이는 훈련을 갖도록 해야 한다.

배구협회는 물의를 일으킨 이 코치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있다.
박 선수는 선수보호차원에서 대표팀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하는데 선수를 두 번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의를 표명한 김호철 대표팀감독에 이어 이종경 강화위원장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협회의 미봉책과 형사고발 강경책 엇박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프로도 이 모양인데, 아마추어는 오죽하겠느냐” 등 비난이 무성하다.
이번 사태는 대표팀의 태릉훈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어느 종목의 문제로 그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여론의 압박을 의식한 듯 대한체육회는 ‘일벌백계 엄중처벌’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폭력당사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배구협회에 지시했다고 한다.

여기서 해당단체의 미봉책과 강경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혹시라도 협회가 선수보호차원을 넘어
‘구렁이 담 넘어가기’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면 제2, 제3의 폭력사고를 부를 수도 있을 터다.
더구나 선수관리를 놓고 감독 팀과 코치 팀의 틈새가 벌어진다면 대표 팀 운영에 결정적인 장애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감독 코치에 대한 ‘형사고발’이란 극단적 조치는 근래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일로서,
감정적 대응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체육계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체육법, 다시 말해서 통상적인
상벌규정에 의해 처리하는 게 온당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상이라면 체육계 특히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분규를 법원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장은 물론 훈련장에서의 폭력은 스포츠맨십에 정면 배치되는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원천봉쇄를
위한 철저한 지도자재교육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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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태영(스포츠포럼21상임대표) 


그곳에 좌절은 없었다. 어떠한 어두움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 속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과 꿈을 향한 희망이 담겨 있을 뿐이다.
타이페이에서 본 제21회 세계농아인 올림픽은 이미 장애를 뛰어넘은 의지와 열망,
그리고 끝없는 도전과 극복의 정신을 보여준 감동의 무대
였다.
‘무성(無聲)의 역량(力量)’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특별한 올림픽은
장애인올림픽과는 또 다른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지난 5일의 개막식은 베이징올림픽과 견줄 만큼 요란했다.
이것도 두 개 중국의 힘겨룸인지, 중국선수단은 피켓만 입장할 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정치적 이슈와 ‘죽(竹)의 장막’이 드리워진 게 유감이다.
‘타이페이 차이니스’의 한(恨)을 표출하듯 스타디움 밖의 피켓시위로 분위기는 결코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수 천 명이 참가한 북 공연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북 치는 모습을 보며 진동으로 느낀다고 한다.
이들의 ‘아우성’은 스탠드 전체를 흔드는 큰 울림으로 어떤 소리보다 더 큰 감동으로 물결쳤다.

흔히 국제행사에 등장하는 노래공연은 물론 오케스트라 연주가 없는 대신에
소리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극과 대만의 신화를 주제로 한 무용극이 인상적이었다.
‘지구는 우리 집’ ‘사랑을 나눕시다’ 등의 구호 또한 눈길을 끌었다.
이 이벤트를 통해 눈빛으로 대화하며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이 대회를 연 대만은 이러한 자부심으로 국제수화(手話)교실을 개설하고
공무원 5천 명에 수화교육을 실시하여 보이지 않는 소통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러한 소통의 노력은 여러 형태의 편견과 차별,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 지구촌 모든 가족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 했다.

지난 세월, 동계, 하계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 팬아메리칸 게임 등 많은 메가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놀라운 스포츠파워와 명승부현장의 감동을 체험한바 있는 필자는 디플림픽(Deaflympic)으로 불리는
이번 타이페이의 ‘소리 없는 잔치’에서 ‘차별 없는 세상’ 으로 가기 위한 더 소중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었다.

81개 참가국이 겨루는 19종목의 경기에서 과연 어느 나라가 종합우승을 하느냐,
우리나라는 금메달 몇 개를 수확하느냐가 관심의 모두일 수는 없다.
이보다 더 주목되는 건 극복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무한감동의 드라마와 아름다운 도전의 이야기들이다.
더구나 이미 여러 가지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 좌절을 모르는 성공스토리를 보고 싶다.

지금도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 한 장면, 그것은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인생을 살면서
우주물리학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하여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위인으로 존경 받는
스테펜 호킹 박사의 연구모습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시각, 청각에다 언어장애의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놀라운 의지로 인류 모두에게
숭고한 가르침을 준 헬렌 켈러 여사의 그 꿋꿋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몇 해 전인가 서울에서 열린 세계문화오픈에서 특별연사로 나온 재미태권도 그랜드 마스터 이준구 씨가
소개한 일화는 어떤 스포츠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헬렌 켈러의 전설이었다.  

디플림픽과 함께 이곳에서 열린 세계스포츠포올협회(TAFISA) 콩그레스에서도
장애인스포츠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 나온 미국의 세계연맹 회장이 헬렌 켈러를 연상케 하듯 강렬한 어조로 진정한 스포츠복지는
차별 없는 참여와 경쟁의 기회에서 가능하며 봉사정신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던 모습이
인상적
이다.

TAFISA의 새로운 회장에 선출된 한국의 국민생활체육회 이강두 회장도
디플림픽의 강렬한 교훈을 전하면서 모두의 스포츠는 참여로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활동적인 시민, 활동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그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가 고난을 딛고 일어서 경제부흥을 이룬지 오래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선진국 진입을 꿈꾸며 ‘한강의 기적’을 배우려 한다.
그러나 과연 부자(富者)로서 잘 사는 게 웰빙의 진정한 목표일까,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신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스포츠천국(天國)일수는 없다.
소외와 차별이 없는 사회가 곧 평화로운 세상이며 스포츠로 건강한 나라가
선진국의 지표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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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문성 (SBS 해설위원)


TV와 프로스포츠는 공존공생의 관계다.
방송국은 프로스포츠 중계로 채널 이미지를 강화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려 광고 판매 등 수입을 확대하며,
프로스포츠는 콘텐츠 제공 대가로 중계권료를 받아 구단과 리그 운영에 활용한다.


프로스포츠의 수입 중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수입 중 30~50% 정도가 TV 중계권료로 알려져 있다.
축구의 경우 구단의 수익 구조 중 이적료 등의 비경상수지를 제외한 경상수지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관중 수입, TV중계권료, 관련 상품과 서비스 판매 등을 통한 상품화 수입이다.
3가지 수익 구조는 팬의 확보와 소통을 기본 동력으로 한다.
관중, TV중계, 상품화 수입 모두 팬을 그 근간으로 한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불가능하며,
수익과 시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팬과 프로스포츠를 연결하는 통로가 신문과 인터넷, 방송 등 미디어다.
프로스포츠의 소비계층을 확대재생산하는 일이다.
언론이 프로스포츠의 흥망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디어는 구단의 성격이나 스포츠 전체 지형에 변화를 추동하기도 한다.

축구 구단은 마케팅 측면에서 커뮤니티, 로컬, 글로벌 클럽으로 나뉜다.
커뮤니티 클럽은 연고지역 내에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 구단,
로컬 클럽은 해당 국가 내에서 고른 팬 층을 두고 있는 전국구, 글로벌 클럽은 전 세계적으로
폭 넓은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축구 클럽은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이다.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가 글로벌 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해당 클럽의 스타플레이어와 그들이 써왔고 써가는 감동적인 히스토리를
지구촌 구석구석에 타전한 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해당 종목의 규정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축구의 골든골 제도가 그랬고 미식축구의 롱테이크, 농구의 쿼터제,
테니스의 타이 브레이크 등이 미디어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대표적인 규정이다.

월드컵이 올림픽을 넘어서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미디어의 위력 덕택
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까지 1000억 원에 머물렀던 TV중계권료는 2002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등했다.

2002월드컵과 2006월드컵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었는데 패키지 중계권료가 2조원으로 치솟았다.
대회당 중계권료가 10배 이상 급등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전 세계 방송국들이 월드컵 중계전쟁에 뛰어들었고 결과적으로 400억 명의 연인원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세계 인구를 67억 명으로 했을 때 한 사람이 6회 이상 월드컵 경기를 관전한 셈이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대회 관전 인구의 급등에 힘입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 월드컵을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박지성, 이청용 등의 진출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구촌 곳곳에 중계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시즌당 TV 중계권료는 1조원이 넘는다.
한 경기 중계권료가 86억 원인 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 모으고 미국과 러시아 등지의 자본을
수급 받을 수 있었던 바탕엔 미디어의 영향력과 TV 중계권료의 폭등이 있었다.


자연스레 고민이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로 향한다.
K리그의 한 해 중계권료는 70억 원 안팎으로 프리미어리그 1경기 중계권료에도 미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시장 규모 등을 살필 때 직시할 현실이기도 하다.
또 한 세기 역사를 지닌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를 직접 비교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성장을 도모할 비전과 계획의 유무다.


현실적으로 K리그의 미디어, 그중에서도 TV 중계와 관련된 당연한 문제는 노출 빈도의 확대다.
K리그를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TV 중계 횟수를 늘려야 한다.
이러한 당위적 필요성을 현실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짜고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이원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지상파가 K리그를 포함한 특정 종목의 중계를 정기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청률이 당장의 발목이지만 스포츠전문채널이 보편화된 오늘날 지상파의 스포츠중계를 강조할
명분과 근거가 약하다.
큰 틀에서 살피면 일상적인 리그 중계는 스포츠전문채널에서 맡고 챔피언결정전이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지상파가 진행하는, 미국식의 이원화 전략이 현실적
이다.


이어지는 고민은 스포츠전문채널에서조차 K리그가 안정적으로 중계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프로야구와 해외스포츠 콘텐츠에 밀려 노출 빈도가 줄어든 K리그다.
경기 시간대 조정 등의 말들이 오가고 있으나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확실한 방법이야 K리그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방송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지만
단계적 접근이라는 현실적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노출, 중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디어 매체의 분화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던 미디어가 인터넷의 출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신문과 TV 중계도 지상파와 케이블 구도에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IPTV,  DMB의 등장 등으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실제 올 초 일본대표팀의 A매치가 TV가 아닌 돈을 지불하고 인터넷으로 중계를 시청하는
페이 퍼 뷰(Pay-per-view) 방식으로 이뤄져 일본 축구팬들은 315엔(4,870원)을 지불하고
바레인-일본전을 봐야 했다.


매체의 분화는 K리그 등 프로스포츠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과 더불어
해당스포츠가 출현할 창구의 확대를 의미한다.
프로스포츠의 중계를 TV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해당 종목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이다.
매체의 분화로 프로스포츠가 기획과 전략에 따라서는 중계와 관련한 매체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K리그 측도 지상파 급속한 3사와 계약이 종료하는 올 연말을 전후해
인터넷 중계의 확대와 자체 중계 인프라 확보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K리그의 선택이 다매체 시대에 진입한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시선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신문→라디오→TV→인터넷 등을 거쳐 다매체 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프로스포츠와 미디어가
새롭게 엮어나갈 파트너십은 한 동안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화두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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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종세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마라톤 스타들
, 세계선수권대회 외면 경향도

지난 8월24일 베를린에서 막 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육상의 꽃’인 마라톤에서 두 가지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우선 8월의 무더위 때문에 그동안 순위경쟁을 펼쳤던 남자 마라톤이 이젠 기록경쟁으로 바뀌었다.
또 하나는 세계 최고의 마라톤 스타가 ‘기록의 산실’인 9월의 베를린국제마라톤 참가를 위해
세계 정상을 가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잇달아 외면한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작년 8월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으로
국제마라톤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한 여름 레이스에서도 2시간 6분대 기록 속출...종전엔 2시간 8,9분대

8월 22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 순환코스(10km 코스를 네 바퀴 돔)에서 벌어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은 2시간 6분 54초의 대회 최고기록을 작성한
케냐의 아벨 키루이가 우승했다.
또 37km 지점까지 키루이와 함께 뛴 팀 동료 엠마누엘 무타이(케냐)가 대회 최고기록인
2시간 7분 48초로 2위에 올랐다.

키루이와 무타이의 대회 최고기록은 2003년 제9회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모로코의 자우드 가립이 세운 2시간 8분 31초를 6년 만에 경신한 것으로,
키루이는 1분 37초, 무타이는 43초를 각각 단축했다.

1983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제1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헬싱키에서 개최한 이래
이 대회는 1991년까지 4년마다 한 번씩 열어오다 1993년 대회부터 2년에 한번 씩 개최,
올해 12회를 맞았는데 개최시기는 가장 무더운 8월이 대부분이었다.

    왼쪽에서 부터 아벨 키루이(케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 사무엘 완지루(케냐
                                                                                             미지출처<연합뉴스>

종전엔 기록경쟁 엄두 못내... 베이징올림픽부터 스피드 경쟁 불붙어


이 때문에 개최지 기온에 매우 민감한 마라톤은 기록경쟁보다는 순위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2시간 5, 6분대를 겨냥해 달리다가는
쉽게 지쳐 중도 포기가 불가피하기 때문. 따라서 선두 그룹의 레이서들은 곁눈질로 경쟁자들의
스피드와 컨디션을 살펴가며 힘을 최대한 아꼈다가 40km 지점 이후의 막판에 승부수를 걸어왔다.

1991년 제3회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마라톤에서 조국에 세계육상선수권 첫 금메달을 바친
일본의 ‘국민 마라토너’ 다니구치 히로미(谷口浩美)도 폭염을 이기지 못해 순위경쟁을 벌이다
2시간 14분 57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맨 먼저 통과, 일본 열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다니구치의 우승기록은 올 대회 우승자 키루이의 기록에 비해 8분 03초가 뒤지는 것으로
거리로 따지면 2.4km나 된다.

혹서기 레이스에서 2시간 6분대의 기록이 처음 나온 것은 작년 8월 24일 베이징 올림픽 남자마라톤.
당시 케냐의 사무엘 완지루가 예상을 깨고 2시간 6분 32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것.
완지루의 기록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가 수립한
2시간 9분 21초의 대회 최고기록을 24년 만에 2분 49초 앞당겨 마라톤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봄, 가을의 국제마라톤에서는 기록경쟁,
한여름의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에서는 순위경쟁’이라는
마라톤 레이스의 개념이 바뀌고 있어 이에 대한 한국마라톤의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게브르셀라시에 작년부터 올림픽, 세계선수권 외면... 대회권위 흠집

한편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매년 9월 하순에 열리는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세계최고기록 경신을 노리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를 외면, 대회 권위에 흠집을 남겼다.

작년 2008 베를린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3분 59초의 세계기록을 세웠던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는 2009 베를린국제마라톤에서
자신의 세계기록 경신을 위해 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출전을 포기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라톤에도
“베이징의 공기 오염 때문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개월 뒤 열릴
베를린국제마라톤을 의식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것.
베이징올림픽은 혹서 때문에 기록경신이 어려운데다 베이징 올림픽을 뛸 경우
체력 회복을 위해 적어도 3개월은 쉬어야하기 때문.
여기에 베를린국제마라톤 조직위가 지급하는 막대한 참가비와 우승상금 역시 놓치기 아까운 호재.

작년 올림픽 우승자 완지루도 올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외면

이 여파는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2시간 6분 32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한
완지루에게도 미쳐 완지루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출전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마라톤 세계 기록보유자인 게브르셀라시에가 베를린 국제마라톤 참가를 겨냥,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불참하자
완지루도 올 세계선수권대회 대신 9월20일의 베를린국제마라톤에 나가기로 한 것.

세계마라톤 기록의 산실인 베를린 국제마라톤은 9월 20일 세계최고기록 보유자인
게브르셀라시에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자인 완지루가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세계최고의 권위를 지켜온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은 그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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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태영(스포츠포럼21 상임대표)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한참 되었건만
박태환의 좌절에 대해 여전히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애국심으로 볼 때, 어제의 영웅이 내일의 역적이 될지도 모르는 게 스포츠의 마약과도 같은 속성이다.

더구나 한국적 풍토에서는 마녀사냥 식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
스포츠 스타들의 중압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스포츠를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성숙해지고 여유를 가질 만도 한데
무슨 난리라도 난 듯 언론매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서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과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이해할 만하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경우 뉴스 수용자들의 기대를 부풀리기 위해 과장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난번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최근 컨디션과 기록비교를 통해
박태환의 실패를 어느 정도 예견했어야 마땅하지만
이성적 판단과 치밀한 기록체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지 1년도 채 안되었으니
이번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게 당연하다는 맹목적 논리에 문제가 있다.

과연 미디어의 자기도취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한번 짚어볼 일이다.

그런데 정작 주목할 부분은 영웅을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그보다 기대치를 잔뜩 부풀려놓고 나서 뒷감당을 할 수 없게 되면 책임추궁의 돌팔매질을 하는 격이고
보면 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고질병임에 틀림없다. 이는 우리의 냄비기질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순간 간일발의 차이로 승부가 가려지는 육상, 수영이나 빙상 등 기록경기에서
컨디션 관리에 따라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에게 전후사정 고려하지 않고
챔피언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올림픽 현장에서 박태환 금메달 순간을 지켜보며 열광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너무 빠른 침몰에 충격을 느낀다.
영광을 지킨다는 것, 더구나 도전자보다 방어자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항상 정상에 선다는 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박태환의 경우 그는 여론압박에 의한 희생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국민의 우상인 이 젊은 청년, 앞으로도 더 뻗어나갈 이 좋은 재목을 지키지 못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른바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상혼(商魂)이 그의 정신을 흐트러트린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미디어는 이 표적에서 피해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박태환의 또 한 번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언론매체들은 신문, 방송할 것 없이
일제히 우리 수영계 지도층의 갈등과 무능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사실 월드챔피언 ‘마린보이’를 바로 이끌어주기엔 우리 수영계는 너무 허약하고 한심했다.
무엇보다 전담코치도 없는 지도부의 무책임이 문제였다.
여기에 서로 공(功)을 차지하려는 갈등과 반목이 있었다고 하니 수영연맹이 제 역할을 못할 수밖에,,,

40여 년 전, 레슬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챔피언(장창선)이 탄생했을 때,
그리고 세계여자탁구를 제패한 35년 전, 사라예보의 영광이후에도
우리 체육계는 비슷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챔피언을 업고 리더십을 잡아보려는 지도자들의 공명심이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박태환이 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거의 진실이다.
수영계가 회장파, 재야파, 원로파로 갈라져 싸워온 게 사실이다.
박태환을 키워온 대표팀의 노민상 감독이 있지만 그가 세계챔피언을 지도하기엔 한계성을 느꼈을 터다.

수영연맹이 전담 코치를 못 구해 안절부절했던 것도,
그렇고 거액을 써가며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보니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그 틈새에서 박태환 본인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자기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박태환은 미디어를 접하면서 매우 부담스럽고 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TV카메라가 다가서면 그는 예의 형식적인 언어로 대답했을 뿐
어떤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미디어 콤플렉스를 의미하는 것 일수도 있다.

로마대회 이후 그는 파벌에 관한 질문을 피하면서 “더 노력하겠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과연 누구 탓을 할 것인가.

이제는 미디어로부터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고 마케팅 공세의 괴롭힘도 피해주면서
스스로 이 어려움을 풀어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는 자기만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영의 올림픽 챔피언이 처음인 건 물론 너무 큰 감격을 선물했기에
이번에 실망했다 해서 그 빛이 발할 수는 없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제패한 마라톤의 황영조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제 나이 20세, 또 한 번의 영광을 위해 다시 일어서도 충분하다.
새 출발의 각오만 다진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의 실패가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스포츠의 도전에서 언제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와 같다.
역사는 계속 앞을 달리는 사람보다 한번 쓰러졌다가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박태환이 로마에서의 좌절을 런던에서의 재기로 멋지게 만회하는 장한 모습을 보고 싶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다만 그 생명을 늘여가도록 챔피언 구하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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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태영(스포츠포럼21 상임대표) 



우리나라를 올림픽 강국이라고 한다.
동서화합의 무대를 통해 위기의 올림픽을 구한 것은 물론,
서울 올림픽 이후 다섯 차례 톱10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큰소리 칠만도 하다.

그런가 하면,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야구 월드클래식에서는 준우승 쾌거를 이루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우뚝 올라 꿈만 같던 세계 정상이 패기 넘치는 태극전사들에 의해 정복되는
성취감을 온 국민이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성취가 곧 국가브랜드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국민 사기진작과 사회통합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커진 탓일까요? 웬만한 세계 금메달로는 팬들을 감동시키기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눈이 높아졌으니 감동의 잣대도 높아질 게 당연하지만 최근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U) 대회에선 연일 금메달이 나오건 상세한 경기결과는
신문이건 방송이건 찾아보기 어렵다. 신문의 경우 국내 프로스포츠를 머리에 대서특필하면서
어떻게 대학생 금메달 소식은 단신에 간단히 처리하는 것일까?

해외에서 최고성적(금메달 21개, 종합 3위)을 거두었건만 미국 LPGA 우승 소식 뒤에 파묻혀 버렸다.
아무리 수준 차가 있다 해도 올림픽과 U대회, 프로와 대학의 격차가 이 정도인지 의아스럽기만 한다.

그때 그때 국민관심만 쫓으며 인기에 영합하는 미디어의 보도 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줄 알지만,
뉴스 밸류의 평가 잣대 균형 감각이 잘못된 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박태환, 김연아, 신지애에 도취되어 흥분하다가 비인기 그늘에 있는 핸드볼, 역도나
마라톤 선수에는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지난 2001년 대구 U대회 때는 그래도 국민적 관심이 많았다.
그 이전, 전주와 무주에서 열린 동계 U대회에선 엄청난 국비가 투입되어 국내 처음으로
점프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그래도 아시안게임 정도의 열기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급 호텔까지 지어놓고, 외국 손님들을 융숭하게 대접한 정성에는 개발 목적을 위한 마케팅 차원의
무리가 있었지만 세계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이 세계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모범국이 된 셈이다.

광주시가 두 번째 도전에서 쉽게 2015년 개최권을 따낸 것도, 이러한 조건이 유리하게 반영
되었을 것이다. 밖에 나가보면 U대회에서 한국이 종합 우승했다는 뉴스도 국내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1970년 대 동계 U대회 해외원정에서 우리나라 빙상선수가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이를 신문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신문사에 엄중 항의하는 일화도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U대회 성적을 올림픽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경기력 향상 연금제에서도 채점의
확실한 격차
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볼 때, 실적 올리기에 바쁜 지방자치단체가 U대회 유치에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로비를 한다는 것은 재고할 일이다.  대외적 홍보효과를 높이려면 어떤 타이틀이든 국제이벤트를
따내야 한다는 계산방식이라면 더구나 그렇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과소평가되는 U대회에 대한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국내언론의 푸대접이라는 사실이다.
동계 종목의 경우 올림픽 1년 전, 리허설과도 같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대표의 이름을 건 국제경쟁이라면 이를 무시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프로 국내리그의 되풀이되는 일승일패, 해외무대에서 뛰는 프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보다 못한 언론의 차디찬 반응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 이 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한 축을 이루는 대학스포츠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또한 올림픽을 향한 예비관문인 U대회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팬들 이전에 언론이 좀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근래에 와서 학원스포츠가 대책 없는 위기상황에 몰려 있고
대학스포츠의 자립을 외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대학의 볼멘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우수선수 양성이 대학의 책임일 수만은 없겠지만,
학구적인 노력과 함께 세계에 통할만 한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에 내보내 의욕을
북돋게 하는 일은 학문의 성취 못지않게 중요
하다 생각한다. 

오래 전, 미국 버클리대학 렉 센터에서 만난 한 교수는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에 대한 정규수업
못지않게 이들의 재능과 의욕을 북돋아 사회에 기여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바로 스포츠인재양성은
학문과 교양의 기초를 닦는다는 대전제에서 세계적 인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도 세계스타를 키우는 요람으로서 이러한 원대한 꿈을 이루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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