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대한민국 축구의 마지막 퍼즐 감독 허정무의 비상

유럽 메이저 무대에서 뛰고 월드컵 출전 경험을 쌓은 대한민국 선수, 월드컵을 거치면서 지방 곳곳에 만들어진 축구장,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제도 등 다양한 축구 인프라를 갖춰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세계 수준을 도전해보지 못한 영역, 월드컵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있기는 하지만 월드컵에서 승리 경험이 있는 국내 지도자는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1승과 16강을 간절히 바래왔다. 다행히 감독 허정무가 1승과 16강을 동시에 달성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건강한 생태계 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축구 전체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수의 경기력이 확보되어야 하고 선수의 경기력 확보를 위해서는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의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 선수의 수준이 지도자의 수준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설령 지도자의 수준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와도 지도자가 그 선수를 바로 보지 못하면 지도자를 넘어서는 부분은 용납할 수 없는 이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도자를 도약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행히 감독 허정무의 성공은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로 하여금 우리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간접 경험을 제공했고 감독 허정무가 제공한 간접 경험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 전체를 도약시킬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사진출처: 제일모직


지단이 물러난 프랑스와 박지성이 물러날 대한민국

유럽예선을 억지로 통과하고 본선 1라운드에서 처참한 결과로 물러난 프랑스를 본다. 2006년 월드컵까지 전성을 구가하던 프랑스 축구가 단시간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단, 프랑스 축구에서 지단의 그늘은 너무도 컸다. 90분 동안 경기장에서 팀 전체의 속도를 조절하고 리베리나 앙리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창의적인 방법으로 기회를 만들어주고, 때로는 자신이 직접 공격을 해결하던 그 지단이 사라진 팀은 팀 분위기조차 엉망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는 지단의 팀이었던 것이다. 물론 축구가 어느 한 선수가 팀의 경기력 전체를 결정하는 종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랑스에서 지단의 영향력은 특별했다.

박지성의 대한민국이 겹쳐졌다. 이청용이, 박주영이 그렇게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지는데는 바로 뒤에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박지성의 역할이 크다. 사실 축구경기에서 팀에 탁월한 선수 하나 둘이 있으면 공격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 팀 전체가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게 된다. 2010월드컵은 박지성이 선수로 최고의 가량을 발휘할 수 있는 월드컵이었다. 그래서 2010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4년까지 박지성을 고집하다 이청용을, 기성용을, 이승렬을 잃어 버려 결과적으로 2010 프랑스 같은 팀이 될지도 모른다. 2014월드컵은 이미 대한민국 대표팀에 약해지거나 사라진 박지성을 젊은 선수들이 어떻게 보완하게 하느냐의 과제를 부여했다. 
  

해가지면 아침이 오고


안정환, 이운재, 김남일, 이동국,..... 축구팬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그 이름은 운동장에서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김남일과 이동국의 짧은 등장으로 이전 세대들은 축구팬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축구의 과거를 추억할 때 가끔씩 등장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는 뒷모습이 특별히 초라한 분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선수는 어린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자리를 내주곤 한다.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선수는 없다.
 
이제 그 자리를 이청용이, 기성용이, 정성룡이 대신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선배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선배의 자리를 어떤 후배인가가 치고 올라오고, 그렇게 선배의 자리를 치고 올라왔던 후배들은 또 언젠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그 것이 스포츠의 속성이다. 언제나 영원히 최고의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다. 다만 최고의 자리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도약을 이끌었던 이들을 기억해주어야 한다. 이청용은 박지성을 보고 자랐고 박지성은 안정환을 보고 자랐다.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는 선배들은 그렇게 다음 세대의 양분이 되어 왔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하거나 미래를 예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월드컵에서 뛰지 못한 노장 선수들이 있어 대한민국 축구가 성장했고, 한 경기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선수가 있어 대한민국 축구가 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


축구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1986년 월드컵부터 2010월드컵까지 7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자랑이 될수록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커진다. FIFA, JFA 등에서는 매 월드컵 마다 기술보고서나 월드컵 백서 등을 발간해 월드컵의 총체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KFA에서는 월드컵 이후 월드컵 기록을 공식적으로 남기지 않아 축구계의 자산이 될 소중한 경험 자원을 방치해왔다. 대회 기록은 월드컵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준비와 출전 등의 기록을 보고서로 남기는 NOC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2010월드컵을 통해 공인구의 변화가 초래하는 엄청난 결과를 확인했다. 어쩌면 독일이 선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블라니 적응 정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공인구를 개발하면서 독일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공에 대한 내성을 키웠을 테고 그 내성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 컨트롤이 좋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작아 보이는 변화도 그간 공인구의 변화를 관찰했다면 예측 가능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우리에게는 과거에 무엇이 어떠했는지 기억만 있을 뿐이지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대회를 준비했던 과정, 시간에 따른 선수들의 변화, 경기 상황에서의 경험, 대회가 남긴 교훈 등 실로 방대한 경험 지식을 고스란히 사장시켜 버린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이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 대한민국 월드컵 백서의 제작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 준비와 출전, 그리고 무형의 경험을 축구계 구성원이 공유한다면 엔트리 23명의 경험은 대한민국 축구선수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래도 4년이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잠잠해진다. 붉은 물결이 일던 시청의, 강남의 바다는 바다였던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붉은 악마는 다시 사람들로 돌아와 K리그, N리그는 뭐하는 리그인지 관심조차 없다. 야구장으로, 게임으로, 영화관으로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여름밤 몇 일간 일어나는 마법이다. 마법이 풀리면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 그래도 다행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매번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어서 4년에 한번이라도 마법을 즐길 수 있어서 말이다. 영원히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는 말자. 일본, 호주, 중국, 중동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제 대한민국도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는 생각을 한다. 개최국 특수 상황이 아니라 본선 진출국으로 정당하게 16강에 올랐다. 이 월드컵은 2002월드컵을 계기로 우리가 유럽 공포에서 벗어난 것처럼 남미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아르헨티나의 대패를 보면서, 우루과이와 아쉬운 16강 경험을 통해 남미 축구도 별 것 아니라는 확신이 대한민국 축구선수의 유전자에 각인될 기회였다.


epilogue

2014년 월드컵 지역예선을 시작하면 또 말이 많을 것이다. 조금 이루게 되면 덜 열심히 하고 덜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대한민국 선수들 역시 지역예선에서 덜 최선을 다하고 덜 열심히 할 것이다. 그냥 두자. 지칠 때는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지역예선을 통과하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가 지극히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츠둥지

                                                                           글: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몇 해 전에 김호감독과 함께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나흘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유독 아프리카 선수에 대한 평가가 흥미로웠다. 6시 저녁시간에 밥을 안먹고 9시 넘어서 밥을 달라고
하는 선수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6시에는 배가 안고팠다고 대답하더라는 이야기, 유럽 팀에서 계약금 받고 다시 아프리카 정글로 가버리는 이유가 힘들게 왜 그 일을 하냐고 대답했다는 이야기, 아프리카 선수는 포기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유럽팀에서는 그런 아프리카 선수를 바꾸기 위해 어린 선수를 홈스테이 시킨다는 이야기에 따스함이 아닌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경기. 9시에 밥 달라고 하는 선수, 정글로 가버리는 선수, 빨리 포기하는 선수, 그런 선수만
출전했으면, 아니 유럽에서 홈스테이 해 성장한 선수가 출전하더라도 그 선수에게 빨리 포기해버려라는 주문을 걸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사전 허가 없이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선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4:1, 한 수 아래 팀과의 경기에서 나오는 점수이다. 그렇게 굴욕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도약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분명 아르헨티나 경기는 세계 수준의 팀을
만나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좋은 90분의
기회를 허둥대다 보내버렸다. 좋은 팀을 상대로 한 경기를 통해 선수는 도약한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본 많은 선수에게 그 경기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것이 스포츠의 속성이다.

좋은 팀과의 경기, 그 좋은 팀과의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고 좋은 팀과 경기를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010남아공 월드컵 B조라는 기회가 아니었다면 그 선수들이
모아진 팀과 경기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메시는 대한민국
축구에 드러난 위험은 치명적이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 드리블이라는 메시의
위험, 그 위험을 막는데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렸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메시의 플레이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술적 선택은 실점을 않기 위한 수단이어야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메시 플레이의
위축 자체가 목표가 된듯했다.

메시는 대한민국 축구선수에게 드러난 위험은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선물했고, 아르헨티나 팀은
대한민국 팀에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다.


위험 관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은 경쟁력을 갖춘 팀 특유의 강점이 있다. 그 강점이 경기에 투영되고 강점이
투영된 경기는 특유의 색을 낸다.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선수 전체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확보
하는 우리 대표팀의 색을 분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전은 우리 색이 어떤 순간에도 나타나지
않아 무기력했다. 그리스 전과 아르헨티나 전은 대한민국 축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하게나마
보여준다. 대한민국 색을 분명하게 보여주면 세계 표준으로 설수 있는 반면,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한 수 아래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았다. 언제나 가정법은 공허하지만 카이타가 발길질을 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단순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 흐름 그대로였다면 무난하게 그리스를 꺾을 가능성이 높았던 나이지
리아였다. 그 카이타의 발길질 하나가 나이지리아는 물론 B조 판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팀에
2라운드에 진출할지는 B조 경기가 완전히 끝나야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대한민국에, 나이지리아에, 그리스에 그리고 아르헨티나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은 모두를 성장시킬 것이다. 자연계에서 특정 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하여 번성을 이룬 생물종은 환경의 변화에
취약해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취약해져 도태되어 왔다. 축구 역시 그렇다는 사실을 지단이 사라진
2010 프랑스가 잘 보여준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발생한 위험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한민국 축구 유전자의 건강한 변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물리법칙으로 관성은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관성이 존재한다. 심리적 관성......  대한민국이나 나이지리아 모두 2010월드컵 B조 1라운드 2차전이 힘들게 끝났다.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와 후반 한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에 고삐를 당기다 2점을 실점하고 동력 자체가 심하게 약화되어 경기를 마쳤고, 나이지
리아 역시 앞서가다 카이타의 퇴장 이후 팀이 역전 당했고 심지어 카이타 선수가 살해 위협을 받는 지경
까지 이르렀다. 분명 두 팀 모두에게 어두움의 심리적 관성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그리고 양팀 모두에게 경기 초반 2차전의 심리적 관성이 나타날 것이다.

경기 초반 양팀 모두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것이다. 선취점이 중요하다. 아프리카 팀이 선취점을
얻으면 대한민국 선수는 더 열심히 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 말고, 이
경기 잡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은 몰입할 수 없게 하지만
잡을 수 있다는 낙관은 경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대한민국이 선취점을 얻으면 더 조여야
한다. 아프리카 선수는 포기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겼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盡人事而盡人事, 최선을 다해 뛰고
하늘의 명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뛰고 또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아공,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팀이 줄줄이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대륙의
경기력 관성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아니 대륙의 경기력 관성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파부침주(破釜沈舟)

허정무감독의 출사표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역설적이지만 선수들은 살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어떤 결과가 이어지는지 선수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기기 싶은 열망이 간절할 것이다. 이제 투지와 승부욕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더반의 경기장에서는 나이지리아를 응원하는 기운이 경기장을 덮는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아프리카 여서 그렇고 더반에 나이지리아인이 많아서 더 그럴 것이다. 1998년 네덜란드 전의 5:0
패배와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오렌지색 응원을 기억한다.

破釜沈舟, 항우는 타고 왔던 배를 부수어 침몰시키고, 솥도 깨뜨리고, 주위의 집들을 모두 불태워버리고
병사들에게는 사흘 먹을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살기 위해 병사들은 출진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우리는 항우의 배, 솥, 집, 사흘 치 식량이 아닌, 출진 명령이 떨어졌을
때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병사들에 주목해야 한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는 동시에 선수들은 나이지리
아에 돌진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적어도 중립에 가까운
상황에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기를 반전시켜 나이지리아 선수를, 나이지리아 관중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VISION

우리 목표는 분명 16강이었다. 하지만 16강 이후의 VISION 역시 중요하다. 16강에 천착해 16강 이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02년 포르투갈과 경기를 앞두고 일본으로 건너
갔던 히딩크를 기억한다. 16강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리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당황스러워 했다. 아직 1라운드 3차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2라운드
경기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그 선택은 적중했다. 그 이탈리아를 16강에서 만났다.

솥을 깨고 배를 침몰시켜도 다음 수는 생각해야 한다. 허정무 감독이나 2010대한민국 대표팀에게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 전체를 보면 2010 남아공 월드컵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대한민국 축구가 가야할 머나먼 여정의 하나, 그 여정의 하나인 2010월드컵에
대한민국 축구 모두를 걸어버리면 머나먼 여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또 한 번의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이 상처를 남기더라도 그 상처로 대한민국 축구가 건강해진다면 대한민국 축구에게는
고마운 경험이다.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츠둥지

                                                                            글 :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그리스전은 전국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아르헨티나 전에서 꿈꾸고
있다. 분명 그리스 전은 이전 월드컵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축구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0 대한민국 팀은
이전 팀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변이가 일어난 팀이다.

아르헨티나전은 우리의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스전의 여세라면 장밋빛 꿈을 꾸어볼 수도
있겠다. 브라질이 북한에 고전한 것처럼 아르헨티나를 다뤄볼 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정대세의
눈물을 보았다. 이 눈물의 의미를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사전 허가 없이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뚫린 방패 그리스

7분, 그리스전 전반 7분은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출발점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탐색전은 7분까지였고 이정수의 골 뒤로는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그리고 박지성의 골은 대한민국
축구도 월드컵에서 상대를 등 뒤에 달고 장거리 드리블을 하고난 뒤 골키퍼까지 제압하고 완전한 골을
만들 수 있다는 희열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을 컨트롤 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수비를 견제하는 동시에 앞에서 다가오는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고 골문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다. 그 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그래서 그 골이 얼마나 어려운 골이었는지를 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출전해 이기고 있는 동안 조금 더 하면 골이 더 날 수 있겠
다는 기대를 하면서 지켜본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리스전은 달랐다. 조금 더 하면 한 두골 더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득점이 많아야 유리한데,...... 처음 경험한 월드컵에서의 호사였다. 아직 첫 경기
였지만 그 감동과 호사를 선물해준 대표팀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팀의 조화

이청용-기성용-정성룡의 출전과 안정환-이동국-이운재의 대기는 묘한 여운들 남겼다. 그리고 그
언저리 어디쯤에 자리한 김남일의 교체 역시 2010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
에게는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간절함과 선배를 밀어내고 자신이 뛴다는 자신감이 있다. 청용,
성용, 성룡의 기억에 정환, 동국, 운재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다. 그 어릴 적 우상이 같은 팀에 있고
심지어 자신이 그 우상을 밀어내고 선발 출전을 했다. 어린 선수에게는 정말 대단한 일이고 자신감
넘치는 경험이다.

그 선배들은 월드컵 경기 출전에 욕심이 있겠지만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어린 선수의 간절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제는 선수로 월드컵에 참여하기보다 선수 매니저로, 어린 선수를 관리하는 선수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이들 경험 많은 선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부모가 있는 양육에
참여한 아동이 정서적으로 더욱 안정되어 있다. 2010 대한민국 대표팀 23명의 엔트리 중 벤치를 지키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가족에서 조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대표팀은 훨씬 안정적
이다.


팀의 구조

2010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팀의 구조적으로 지금까지 월드컵 대표팀과는 다르다. 우선 팀을
대표하는 박지성은 2006년에는 아직 조금 부족했고 2014년에는 선수로는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다.
그야말로 2010년은 선수 주기 중 경기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월드컵이다. 축구의 속성이 그렇다.
한 명의 선수가 전술적으로는 경기력을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심리적으로는 한명의 선수가 경기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팀에 영향력이 큰 선수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나머지 10명의 선수와 벤치에 있는 선수, 지도자까지 공명을 일으킨다. 지금 그 공명의 출발점인
박지성 개인의 경기력이 포화 시점이라는 사실이 이번 월드컵에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한편 이청용이나 정성용 같은 어린 선수들이 박지성의 플레이에 공명을 일으키는데 안정환이나 이운재,
이동국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경기에는 뛰지 못하지만
1998월드컵부터 2006월드컵까지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해 줄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
들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월드컵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알고, 경기가 없는 동안
무엇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알고 있다. 이런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어린
후배들에게 팀 내에서 잠재적으로 전수해줄 수 있는 팀이다.


정대세의 눈물

브라질과의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보았다. 아마도 운동 경험이 있다면 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가 흘린 눈물과 같은 눈물이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힘든 곡절도 있었을 것이고 축구선수로 최고의 영예인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고, 게다가 개인적으로 첫 상대가 브라질이었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감동적인 사건이다. 그야
말로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짜여 진 팀과 경기를 한다는 사실은 감동적이다. 그렇다. 정대세
에게 브라질 경기는 경쟁이 아니라 도전이다. 그래서 그 도전은 감동스러웠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경쟁인 동시에 대한민국 축구를 보면 행운이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경쟁해 이겨야 할 팀,......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보자. 아르헨티나는 경쟁해서
굴복시켜야 하는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구를 도약시킬 또 하나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경기를 하면서 세계 최고의 팀을 만났을 때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대한민국 축구
유전자에 새로운 경험을 각인시킬 기회이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어떻게 강한 팀을 풀어가야 하는지 연습의 기회일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팀에 시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이다.


세계 표준을 꿈꾸며

어떤 일이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축구는 세계 축구의 벽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그 벽을 넘으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세계 축구의 벽을 박지성이,
이청용이, 허정무가 조금씩 허물고 있다. 선수가 서서히 세계 표준에 접근하고 있고, 지도자가 세계
표준에 접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이제는 세계 축구에 대해 대한민국 축구 스스로 만들었던 벽을 
허물 차례다. 브라질이, 잉글랜드가 스페인이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라는 우리의 믿음
자체가 이들 팀을 세계 최고이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에 주목한다. 인구 1,600만의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좋은 지도자와 그렇게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네덜란드 축구
스스로 만든 경쟁력이다. 네덜란드는 세계축구에서 전술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경쟁력이 권력의 중심에 네덜란드를 유지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 축구의 표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의 표준을 따라가서는 불가능하다.
세계 축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움직일 방향에서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대한민국팀에 세계 축구로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노력을 앞으로 기울여야 할지 길을
알려줄 것이다. 그저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에 매몰되어 대한민국 축구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스포츠에서 승부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승리의 과정을 중시할 때 승리는 승리 이상의 가치가 있고, 패배를 승리르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 패배는 때로 승리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동력이 언젠가 대한민국 축구를 세계
표준으로 이끌 것이다.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츠둥지

                                                                                 글 / 윤영길(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2010월드컵, 드디어 대한민국의 1라운드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로 여기고 있는
그리스와의 경기다. 하지만 그리스 역시 그리 녹록한 팀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의 황홀한 기억이 대한
민국의 축구에 각인되어 있다면, 그리스 축구에는 유로2004의 찬란한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

양 팀 모두 과거의 화려한 시간을 추억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2010년이고 경기는 남아공에서 진행된다.
양 팀에게 월드컵과 유로대회의 아름다운 과거는 기억일 뿐이고 이제 누군가는 이겨야하는 상대로
맞서게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스포츠는 제도화된 규칙에 따른 경쟁 활동이다. 경쟁은 제한된 가치를
나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한된 가치를 더 많이 갖기 위해 겨루는 상태이다. 경쟁의 본질을 감안한다면
스포츠의 의의는 참가가 아니다. 


                                          
                                   

                                    <대한민국대표팀>                                      <그리스대표팀>
                                                                                                                    사진출처: 경인일보

첫 경기의 함정

월드컵에서 첫 경기만 잘 풀어 가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그리고 첫 경기는
내가 응원하는 팀만 어려워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첫 경기에 기원을 담는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의 경기
방식을 보면 첫 경기가 왜 모든 팀에게 어려운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월드컵은 1라운드 조별 리그를
거쳐 각 조의 1, 2위가 16팀이 2라운드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그래서 1라운드에 탈락하
더라도 최소 3경기를 하게 되고 16강에 올라 결승까지 가면 최대 4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 그래서 경기
를 많이 하는 팀은 최대 7경기를 치르게 된다.

 
경기 수를 더해 가면 각 팀의 경기력에는 진화가 일어난다. 팀의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조별리그 2차전은 1차전 경기보다 나아지고, 조별리그 3차전은 2차전 보다 나아지고,
16강에 오르면 조별리그 3차전보다 경기력이 나아지고, 8강 역시 16강보다 나아진다. 하지만 딱 거기
8강까지이다. 4강에 오른 팀은 한결 같이 조별 라운드와 16강, 8강을 거치면서 누적된 피로와 부상
등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상처를 입은 상태가 된다. 결승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결국 첫 경기가 어려운 이유는 모든 팀이 공통적으로 겪는 전술적 어려움의 다른 모습이다. 또한 전술
적인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축구선수는 물론 지도자, 팬들에게까지 첫 경기는 어렵다는 등식을
성립시켜 첫 경기는 어려운 경기라는 자기충족예언을 하게 한다. 그래서 실제로 첫 경기를 어렵게 하고
첫 경기의 어려움이 미신적으로 강화되어 종국에는 첫 경기 징크스를 만든다. 그래서 첫 경기는 계속
어렵고,...... 첫 경기 징크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첫 경기는 원래 어렵다. 첫 경기 후 2차전, 3차전, 16강,
8강 점점 쉬어지는 것이 월드컵 경기의 구조이다.


조용형 뛰어?

조용형이 몸이 불편하단다. 중앙수비수가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큰일이라고 난리가 났다. 2002년 벤치
를 지키던 지단을 기억한다. 축구는 그런 종목이다. 23명의 월드컵 엔트리에서 부상이 있고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반드시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선수가 자신의 선수 경력 기간
동안 신체적, 심리적 문제로 제 컨디션이 아닌 기간이 전체 선수 생활의 약 17%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매일 엔트리 23명의 17%인 4명 정도는 확률적으로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조용형이 컨디션이 나쁜 날도 있고, 박지성이 컨디션이 좋지 않는 날도 있고, 허정무 감독이 컨디션이
좋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모든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매 경기에 준비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가 제 컨디션이 아닐 수도 있고, 대한민국 상대팀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날도 반드시 있다. 따라서 누군가는 대회 기간 동안 불편한 몸을 호소할 것이고,
누군가는 불편이 지나쳐 출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선수의 출전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누군가는 뛸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뛸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FIFA에 제출하는 월드컵 엔트리는
23명이다.


운재-정환-동국 : 청용-성용-승렬

2004년, 2008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내 지도학생이 있다. 2004년에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2008년에는
마지막으로 내 경력을 평가받는다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한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다. 2010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인 선수도 있고, 같은 월드컵이 시작인 선수도 있다. 이운재와
안정환은 지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는 찬찬히
월드컵의 세상에서 자신이 이룬 성과를 차분하게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야 하는
전수자들이다. 이들에게는 1998년 월드컵과, 2002년의 경험이 있고, 2006월드컵 승리의 경험도 있다.
이 경험을 어떻게 후배들에게 전수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2010월드컵에 출전한 경험이
많은 선수의 소명이다. 이제 화려한 기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월드컵이다. 그 숙제를 이대회에서 풀어갈 때 우리는 환호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형들에 억압되었던 축구 본능을 깨워 경기에 투입해야하는 선수도 있다. 2010월드컵이
첫 출전인 이청용, 기성용, 이승렬, 김보경 같은 젊은 선수들은 2010년을 뛰면서 2014년을 꿈꾸어야
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까마득히 멀어만 보이던 대표팀 선배 선수들과 같은 팀, 그 것도 월드컵 팀에
함께 뛰고 있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랑스러움이 자랑스러움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2014년 팀의 주축으로 서기 위해 자신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개선시켜야 하는지 경기장에서
느끼고 벤치에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젊은 선수가 잘할 때도 그렇지만, 실수나 실패를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달을 때도 박수치고 격려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승리는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점수 차이의 승패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이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의 문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2010월드컵 첫 경기에서의 승리는
승리라는 과거의 기록만을 남기겠지만, 2010월드컵 첫 경기를 통해 배운 경험은 대한민국 축구선수의
집단무의식 속에 경기력으로 각인되어 미래까지 유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츠둥지

                                                                              글 / 윤영길(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그렇게 기다리던 4년이 또 여지없이 이렇게 오고야 말았다. 4년 전 지단의 박치기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내버리더니 모두를 기다리게 하고 다시 남아공에 모여들었다. 4년 전 그 선수들도 있고 젊고 새로운
선수도 있다. 메시나 호날두, 파브레가스처럼 풋내기로 겨우 2006 월드컵팀에 합류해있던 선수들이
그 4년 동안 변태(變態, metamorphosis)를 거쳐 세계 축구의 중심선수가 되어 있다. 짧아 보이는 4년은
이렇게 많은 변화를 세계 축구계에 남겨놓았다. 우리의 이청용과 기성용, 이승렬이 변태한 것처럼......
대~한민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사진출처: 한국축구협회

만들어진 팀

1986년 박창선의 골로 시작해 2006년 원정 첫승, 그렇게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연속적으로 출전해
흔적을 남겨왔다. 물론 대부분의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했고 마치 남의 잔치에 잠깐 구경 온 것처럼
승패보다는 득점을 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해오곤 했다. 그렇게 1986년부터 매번 월드컵에 무의미
하게 다녀온 것 같지만 월드컵에 다녀오면서 대~한민국은 잠재적 학습을 통해 시나브로 세계 축구의
표준에 대~한민국을 접근시켜왔다.

대~한민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을 경험하면서 세계표준의 전술과 더불어 심리적 적응성을 축구선수의 유전자에 각인시켰다. 특히,
2002년과 2006년 양 대회에서 선수들이 얻은 세계 축구에 대한 자신감은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선수 모두의 집단 무의식에 각인되어 이제는 월드컵에서 정상적인 자기
플레이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팀에는 얼마 전까지 나타나던 후반 중반 이후의 급격한 체력 저하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후반 중반 이후 조커를 투입하는 전술운용이 정착되었고, 유럽팀 선수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포츠과학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등의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변화 중 “심리적으로 만들어진 팀”이라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특징은 이전의 대표팀과 구분되는
확연한 기준이다.


G 세대 “양박쌍용”

박지성과 박주영, 이청용과 기성용을 축구팬들은 양박쌍용으로 부른다. 척박한 땅에서 양박쌍용이
어떻게 자라났을까?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박지성이라는 무명의 선수를 2002대표팀에 발탁
했을 때 박지성에 대한 평가는 “왜 육상선수를 뽑았냐”는 비아냥이 있었다. 그 박지성은 2002년
포르투갈전을 거치며 심리적인 도약을 경험한다. 우리의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는 포르투갈전
그 골이 양박쌍용의 심리적 출발점이었다. 그 골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여유를 선물했고 그 여유는 에레디비지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박지성
에게 대한민국 축구선수의 유전자에 각인되어온 세계축구에 대한 두려움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변이는 공명을 일으켜 다른 축구선수의 유전자와 경기장에서의 행태에 변화를 일으켰다.

박지성을 위시한 다른 선수들의 변이는 새롭게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에게 유럽의 메이저 리그도
해볼만하다는 대리 경험을 통한 자신감 형성의 단초를 제공했고, 박지성의 성장에 고무된 어린 선수
들은 어렵지 않게 유럽리그를 꿈꿀 수 있었다. 한편 박주영에게 월드컵은 아릅답지 못한 기억이다.
2006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너무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그 무기력의 트라우마를 박주영은 2년
남짓 앓았다. 그렇게 심리적 좌절을 겪으면서 박주영은 성장했고 다시 팀의 주축으로 대~한민국에
섰다. 이 월드컵은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자신의 플레이를 한다면 다시
도약을 일으키겠지만 혹 지난 스위스전의 트라우마가 덧난다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청용, 기성용은 지금까지의 축구선수와는 다른 경로로 선수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 자유롭다.
대~한민국 축구선수에게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창의적 플레이, 생각하는 플레이의 답을 가진 선수들
이다. 중학교 때 이미 FC서울에서 훈련을 시작해 학원축구의 평준화된 훈련을 받은 선수와는 다르게
다른 축구를 보고 자랐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격려해주는 분위기에서 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경기장에서 실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그리고 어떤 대~한민국 선수보다 볼 컨트롤이
좋다. 이렇게 유럽리그라는 개인적 목표와 박지성이라는 성공 사례, 개인의 역량이 어우러져 기술적,
전술적, 심리적 도약을 일으킨 진화된 선수가 성장하게 되었다. 이 도약의 발판에는 박지성의
포르투갈전 골이 있었고, 그 골의 영향은 수비를 완전히 읽고 상황을 점령해 만들어낸 이청용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골에서 확인된다. 대~한민국 팀의 2010월드컵 최대의 수혜선수는 월드컵 경험만
추가하면 선수로 성장할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키게 될 이청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감독 허정무

2010월드컵의 보이지 않는 최대의 실험은 감독 허정무이다. 2002년 히딩크, 2006년 아드보카드에 이어
도약이 일어난 대~한민국 팀의 최초의 내국인 감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2006월드컵 후 다음 월드컵
감독은 국내 지도자 중에 누군가를 선택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의 시설
인프라, 선수의 역량 등 축구 도약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개선을 넘어 도약에 이르렀는데, 지도자
영역만이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현실적 제약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결국 대~한민국 축구가 변화
하기 위해서는 팀이 변해야 하고, 팀이 변하기 위해서는 선수가 변해야하고 선수가 변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변해야 한다. 결국 경기력 향상 생태계의 출발점이 지도자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변하지 않고
변화를 기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또한 월드컵의 승리나 성적의 결실 역시 대~한민국
 선수는 경험했지만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경험하지 못해 선수나 지도자의 괴리가 커져가는 치명적
문제로 작용한다.

허정무의 도전은 보이지 않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허정무의 성공은 대~한민국 지도자의 지도력
자신감을 향상시켜 주기에 의미가 크다. 또한 허정무의 도전 자체가 대~한민국 지도자의 상실감을
보상해주는 커다란 동인이 될 것이다. 2010 허정무의 경험은 대~한민국 지도자에게 지도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또 한 번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고, 이 계기는 방향만 적절하다면 대~한민국 축구 도약의
촉매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010 허정무의 도전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맹목의 진화와 퇴화

대~한민국 허정무에 대한 맹목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허정무이기 때문에 맹목이 아니라 내국인
지도자이기 때문에 맹목이다. 내국인 지도자에 대한 지지는 편협한 국수주의라는 목적이 아니라
축구를 도약시키기 위한 대~한민국 지도자 변화의 수단이다. 붉은 악마를 기억한다. 맹목적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추종하던 그 붉은 악마에게 이제 맹목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기업에 점령당한
응원 공간을 서울시청에서 코엑스로 옮기기도 하고 기업이나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맹목이
진화해 합리적 판단과 결정을 하곤 한다.

 
2002년 4강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대한민국 국민의 대~한민국 팀에 대한 기대수준은
4강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16강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만도
대~한민국이 속한 조의 다른 세 팀의 FIFA 랭킹을 모두 더해도 대~한민국 랭킹보다는 작은 수가 되는
현실에서 세계 축구의 벽을 실감한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실패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무력감을 형성해 목표 자체를 버리게 한다.

2010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정말 좋은 성과이고 혹시나 8강, 4강에 진출한다면 엄청난 성과이다.
붉은악마를 자처하면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을 당연시 여기는 누군가가 있다면 현실과
가능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자.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중기목표는 16강! 또 배울 수 있는 기회
가 2010년 대~한민국 축구에 주어졌다. 월드컵 성과보다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차분하게 읽어보자.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