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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 흥행은 ‘파란 불’, 응급체계는 ‘빨간 불’

 

글 / 최선경 (스포츠둥지 기자)

 

 

         2000년 4월18일 잠실 LG전 2회초. 롯데 임수혁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해서 후속타자 안타로 2루로 갔다. 그러나 조성환의 타석 때 2루에 있던 임수혁은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원인은 심장 부정맥으로 인한 발작이었다. 인근 아산병원으로 이송,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10년 가까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잠실야구장엔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의료진도, 빠르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구급차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초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임수혁은 뇌사상태로 10년간 병상에 누워있다 지난 2010년, 끝내 홈을 밟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해야만 했다.


임수혁 사고 후 구장 내 응급치료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임수혁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구장 내 응급체계는 과연 충분할까? 프로야구 응급대책과 문제점을 점검해본다.

 

 

파울 공과 홈런 공을 잡으려면 글러브로 안전하게 잡아라

 

잠실 야구장을 찾은 관객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플리커

 

 

최근 야구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 또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로 인정받은 프로야구는 올 시즌 관중목표를 753만8600명으로 잡았다. 관중이 늘어난 만큼 야구장내 사고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잠실구장에서 응급구조를 맡고 있는 서울응급환자이송단의 박영석 대표이사는 “관중들이 맨 손으로 야구공을 잡으려다가 손바닥이 찢어지는 사고가 가장 많다”고 언급했다. 박영석 대표이사는  “큰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야구공이 날아오면 무조건 몸을 숙여서 피하거나 글러브가 있다면 얼굴과 급소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급차 전용 응급도로가 시급하다

 

임수혁 사고 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구장 규정엔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장비 및 의료진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었다. KBO는 임수혁의 사고 이후 3년이 지나서야 이사회를 열어 선수 협의회가 요청한 의료진의 경기장 대기를 의무화하게 되었다. 


응급체계에 대한 매뉴얼은 공식화되었지만, 그라운드로 구급차가 들어온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4년 전 두산 베어스의 고영민이 펜스에 부딪혀 쓰러져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 밖의 구급차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두산의 김진 부회장이 그라운드로 구급차가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경기가 끝난 후 귀가하려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인해 혼잡한 잠실구장 Ⓒ최선경

 

 

고영민의 사고 이후 그라운드로 구급차가 들어와 신속하게 사고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구급차가 신속하게 환자를 실어도 야구장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야구경기가 시작되면 야구장 주변 교통이 대부분 마비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잠실야구장 취재를 하러 간 날도 꼬리의 꼬리를 무는 차량행렬을 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잠실구장의 비상도로로 사용되던 서문은 현재 화단과 바리케이드가 출구를 막고 있다. ⓒ최선경

 

 

 현재 잠실야구장은 구급차를 위한 비상도로가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다. 그 이전엔 비상도로로 잠실구장의 서문을 열어주기로 되어 있는데 서울시에서 인력감축을 이유로 서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현재 잠실구장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는 “응급 상황 시 유동적으로 서문을 열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난다. 1분 1초가 급박한 응급상황에 서문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와 화단을 재빠르게 치워줄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잠실구장 서문 쪽 도로교통을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근무를 서면서 한 번도 서문을 통해 응급차가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경기가 끝나갈 무렵에 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구급차는 야구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김한겸 교수는 "응급이 발생하면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겸 교수는 "환자가 응급실에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면 부상이 더 커질 수도 있고 심한 경우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에 무엇보다 응급실에 빠르게 도착하여 제대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응급체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때


각 프로 구단은 임수혁의 사고이후 자체적으로 응급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사고조처 및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응급처치실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구급차를 위한 비상도로가 없고, 일부 구장에서는 응급차가 들어와야 할 통로에 각종 행사용품이 가득 쌓여있어 진로에 어려움을 준다. 이런 상황들은 아직도 응급체계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앞으로 ‘제2, 제3의 임수혁’이 나오지 않도록 각 구단마다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는 허술한 응급의료체계로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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