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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게 아름다운’ XTM 2대2 스트릿볼 농구대회

#‘도전하는 게 아름다운’ XTM 2대2 스트릿볼 농구대회

#엄세훈기자

 



“(날숨)하아... (날숨)하아... (날숨)하아...”

전광판을 보니 주어진 시간은 2분여 남짓. LED 손목밴드에는 아직 불이 안들어와 있다. 위에 앉아있는 4명은 무표정으로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 숨이 막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발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눈 앞에 있는 상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손은 더 이상 허리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앞에 있는 선수가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돌파해온다. 이대로라면 보기 좋게 탈락이다. 이 악물고 끝까지 따라가 블락하기 위해 있는 힘껏 점프를 뛴다. 백지장 한 장 차이로 공이 손 위로 올라간다. 쇠사슬 그물이 좌우로 흔들리며 ‘찰랑’, 내 가슴에 돌덩이가 ‘쿵’ 내려앉는다.


2016년 8월 26일

자주 즐겨보는 농구 커뮤니티 다음 카페에 국내 최초 스트릿볼 서바이벌 XTM <REBOUND>참가자 모집 글이 올라왔다. XTM은 CJ E&M 회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이다.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따분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심신이 지쳐만 갔는데 이런 대회 공고글을 보니 설렜다. 더군다나 2대2로 인원도 많이 안 구해도 되고 방송에서 이런 대회를 연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바로 휴대폰 메신저 창을 열어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쭉 내려본다. 농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내 이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권유했다. 군대에서 같이 농구하고 동고동락 했었던 형한테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ㅋ 질려고 나가냐? 생각 잘해서 나가라~ 170 둘이 나가서 뭐하냐” 가슴에 못을 박는 쓴소리를 들었다. 단지 나는 농구대회를 하나의 ‘도전’으로 나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러던 중 동갑인 인천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재학중인 친구가 할 수 있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아싸! 지화자 좋다.” 1차 예선 일정과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줬다.  



2016년 8월 28일

오전 같이 대회에 나가기로 했던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는 육상대회가 겹쳐 농구대회에 같이 못나가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여러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 친구만 할 수 있다고 답변이 와서 더욱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XTM 스트릿볼 농구대회 방송작가인데요. 농구 관련된 경력이 많으셔서요. 방송국에서 사전 인터뷰좀 할 수 있을까요?”

“저...그게...저랑 같이 하기로 했던 친구가 갑자기 못나간다고 해서요. 다른 분으로 교체해서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네, 그럼 교체하시고 다시 한번 연락주세요!”

사전 인터뷰라는 단어를 듣고 신기하면서 싱숭생숭 했다. 농구대회도 생애 처음이지만 방송에 대한 사전 인터뷰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보다도 대회를 우선 나가려면 파트너를 다시 구해야 했다. 최근 같이 농구하면서 친해진 스포츠둥지 김민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대회에 나가지 않겠냐고 간청했다. 그는 허리가 아파 못한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나의 삼고초려에 버금가는 부탁 끝에 수락하고 말았다. 이 대회를 체험한 것을 기사로도 쓰고 싶어 어떻게든 대회를 참여하고 싶었는데 승낙해준 그가 너무 감사했다. 허겁지겁 그에게 작성서를 보내 둘의 이력을 기입한 뒤 사이트에 다시 탑재했다.


2016년 9월 1일

사전 인터뷰 시간은 저녁 7시. 나는 휴학했고 김민규 기자는 학교를 재학중이서 시간을 절충한 결과 이날 목요일 저녁 7시로 정했다. 6시 50분, 그와 CJ E&M 방송국 앞에서 만났다. 서로 허기가 졌는 지방송국 앞에 있는 GS25시에 들려 라면과 빵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건물로 들어가서 작가에게 연락했다. 안내에 따라 출입명부에 우리의 이름을 작성하고 보안카드를 받았다. 카드를 찍고 출입 게이트를 통과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니 작가 1명이 우리를 반겼다. 사전 인터뷰는 작가 2명과 2대2로 진행됐다. 농구를 얼만큼 좋아하는 지, 어떤 코치에게 선택받고 싶은 지, 방송이 잘 되기 위해서 혹시 아이디어가 있는 지 등등 질문이 오갔으며 카메라는 없었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만 하다 처음으로 인터뷰를 당해보니 느낌이 묘했다.


2016년 9월 4일

김민규 기자한테 메시지가 왔다. 사진을 보내왔는데 야구대회 일정이랑 농구대회날이랑 똑같은 일자였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는 전화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바로 전화를 하니 그는 야구대회가 겹쳐 농구대회를 같이 못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나의 제안에 동의하기 전에 야구대회 일정이 있으면 농구대회를 나가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언질을 주긴 했지만 그 날짜가 농구대회와 같은 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에게 엄마한테 용돈받을 때 떼 쓰는 것처럼 억지로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말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한편으로 사전인터뷰도 같이 했는데 그와 같이 대회를 못나가서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대회를 나갈 선수를 다시 구해야 되는데 마땅히 같이 나갈 지인이 없었다.


2016년 9월 5일 ~ 9월 9일 밤 10시

눈에 불을 키고 휴대폰 연락처를 보며 지인들에게 연락했다. 농구하는 지인 15명,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한 것 같다. 하지만 번번히 돌아오는 대답은 “어차피 질건데 뭐하러 대회에 나가느냐?”였다. 아니, 도전을 통해 성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은가? 물질적으로는 세상이 점점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9일 저녁 9시, 모든 지인들이 안된다고 했다. 내일이면 대회인데...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냥 대회에 나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송에서 역사상 최초로 농구대회를 여는 것이고 또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먹으면 이런 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한명이라도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카페에 팀원 모집 구인글을 올렸다. 사실 인터넷으로 그런 글을 올리면 이상한 전화가 많이 오고 위험할 것 같아서 평소에 꺼려했었지만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농구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농구심판도 볼 줄 압니다. XTM 2대2 농구방송 리바운드 대회에 아는 형과 같이 나가기로 했는데 그 형이 사정이 생겨 같이 못나가게 됐습니다. 이 대회에 너무 나가고 싶어 이렇게 간절히 글을 씁니다. 저는 농구 빼면 시체일 정도로 대단히 농구를 좋아합니다. 혹시 이 대회에 나가고 싶었던 분들 중에 신청을 미리 하시지 못한 분은 XXXXXXXX@naver.com으로 간단한 이력사항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과연 연락이 올까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1분 뒤에 바로 메일이 왔다는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허둥지둥 메일을 열어보니 나이는 나랑 동갑이고 평소에 농구를 즐겨하며 모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K씨였다. 바로 답장을 보내 같이 하고 싶으니 지원서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10분이 지났을까. 작성된 지원서가 도착했다. 황급히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던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참가자를 다시 교체할 수 있냐고 문의했더니 된다고 했다. 시간은 저녁 10시 반, 버저비터 역전 3점슛을 넣은 것처럼 기적적으로 그 친구와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2016년 9월 10일

농구대회 날이 밝았다. ‘쇼미더머니’를 제작한 회사인 CJ E&M이 과연 어떻게 농구방송 대회를 준비할지 기대가 컸다. 세트장은 인천역 쪽에 완전 후미진 곳에 있었다. 안쓰는 창고라고 해야할까? 접수하는 곳에 도착하니 여러 카메라 감독들이 많은 참가자들을 찍고 있었다. 방송이라는 것이 무척 실감났다. 10시에 대기실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전화를 통해 처음으로 K씨를 보게 됐다. 필자는 낯선 사람을 꺼려해 키가 농구선수만큼 커서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고 동갑내기여서 그런지 마음이 잘 통했다. K씨는 따뜻한 마음과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참가자들은 중학생, 고등학생부터 부모님이랑 같이 온 초등학생, 여자선수까지 다양했다. 여기저기 카메라가 있고 정말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기분이 색달랐고 신기했다. 설렘과 두근거림, 긍정의 떨림이 교차했다.


 


대기한지 약 1시간이 지났을까. XTM 리바운드 프로듀서인 최승호PD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방송 총괄을 맡고 있는 최승호PD입니다. 저는 농구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농구인기는 사실상 바닥입니다. 망했다고 볼 수 있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스트릿볼 농구대회를 통해 예전 농구대잔치 시절의 인기를 다시 살리고 싶습니다. 방송이 많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다치지 마시고 재밌게 농구경기를 펼치시기 바랍니다.”



대기한지 약 1시간이 지났을까. XTM 리바운드 프로듀서인 최승호PD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방송 총괄을 맡고 있는 최승호PD입니다. 저는 농구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농구인기는 사실상 바닥입니다. 망했다고 볼 수 있죠.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스트릿볼 농구대회를 통해 예전 농구대잔치 시절의 인기를 다시 살리고 싶습니다. 방송이 많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다치지 마시고 재밌게 농구경기를 펼치시기 바랍니다.”




옆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 나와서 그런지 인터뷰가 한창이었다. 인터뷰를 많이 해봐서인지 말솜씨가 굉장했다. 필자는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어눌해서 그런지 통편집 당했다. 하긴 몇백 명 인터뷰를 다 해서인지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주위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오전 조와 오후 조가 따로 나눠져 있다고 들었다. 오전 조는 눈으로 어림잡아 세어보니 50팀 정도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지방 참가자나 학생들은 거리가 멀어 배려를 위해 오전조에 배치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기장에서는 안내문이 주어졌다. 주 내용은 2대2 경기가 5분씩 진행되는데 심사위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며 도중 탈락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이한 점은 LED손목밴드가 있는데 심사위원이 선택하면 밴드에 불이 들어오고 게임시간 5분동안 도중에 모두 Skip하면 경기가 바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전 연습시간이 따로 주어졌다. 농구공을 따로 가져와서 연습이 한창이었다. 동시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주위에는 카메라 여러대가 촬영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힙합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잔인한게 큼직한 전광판에 5분이란 시간이 카운트다운됐다. 카메라 조정과 음향 조정 때문인지 세트장을 들어오고 1시간 정도 앉아서 대기했다. 몸을 풀고 대기해서인지 땀이 금방 식었다. “방송이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기시간이 굉장히 길어졌다. K씨는 미리 2대2 전략을 짜자고 말했다. 그래서 스크린 걸고 수신호 몇가지 패턴을 준비했다.

DJ의 음악에 맞춰서 드디어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고 두 번째인 내 차례가 왔다. 너무 오래 대기해서일까.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숨이 가빴다. 준비운동을 덜 해서일까. 발목에 전기가 찌릿찌릿 저려왔다. 미리 K씨와 말을 맞춘 패턴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의 전광석화 드리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시로 LED손목밴드를 확인하면서 어떻게든 나의 플레이를 보여주려 했지만 모든게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나를 제외한 3명의 참가자가 LED에 불이 들어왔다. 심사위원 1명이 skip을 누르자 마자 경기는 도중에 멈췄다.

비록 떨어졌지만 후회는 절대 없었다. 참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 재밌었다.”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이런 농구대회를 통해 좋은 인연도 만나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농구에 대한 사랑이 더욱 늘어났다. 비록 촬영장에서 스테판 커리가 되지는 못했지만 활짝 웃을 수는 있었다. 최근에 이렇게 재밌고 웃으면서 농구한 적이 얼마만이었나. 농구가 내 가슴을 쿵쿵 뛰게 했다.

모두들 이 대회를 나간다고 했을 때 나에게 하는 말은 “미쳤냐?”였다. “너의 키에? 농구도 못하면서” 하지만 난 “미쳤냐”의 미가 아름다울 미(美)라고 생각했다. 아!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는 뜻이구나.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 남 눈치까지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20대 인생, 즐겁고 재밌게 살고 싶었다.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그렇게 살기 힘들어지니까......


세트장 밖으로 나오는 데 해가 보였다. 뜨는 해만 아름다운가? 지는 해도 정말 아름답구나.


저녁 10시 1분, 눈이 빠지도록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 온다. “나이는 XX년생, 키 187cm, 몸무게 90kg 정도이고 농구를 그리 잘하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메일 원문) 심장이 콩닥콩닥 요동친다. 허겁지겁 1초의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낸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번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연락좀 부탁드립니다! 010-6387-1550” 뚜루루루 전화를 걸자 마자 상대방이 바로 받는다. 심호흡을 하고 가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다음 카페에 글 올린 사람입니다. 내일 저랑 같이 농구대회 한번 나가시겠어요?”


댓글 2 개

  • 구너
    2016.11.24 09:59

    생생하고 재밌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 농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

    • 엄세훈
      2016.11.24 10:09

      감사합니다! 더 실감나게 쓰지 못한게 아쉽지만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앞으로 더 생생하고 재밌는 기사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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