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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에 울고 웃는 스포츠, 응원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글 : 정샘(경희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작년 겨울, 장미란과 김연아 선수는 폭탄 발언으로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서 시합하기 싫다’며 한국 관중의 응원 매너를 꼬집은 것. 두 선수 모두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의 선수로 유래없는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터라 이러한 발언에 국민들이 적잖은 실망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응원 문화와 관람 매너를 몰랐던 국민들의 무지함이 있었으니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 선수에겐 독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두 선수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하다.

당장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당신의 열정을 ‘똑똑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응원 문화에 경종을 울린 장미란과 김연아

2009년 11월 28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역도선수권대회는 ‘역도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전 객석 무료관람을 추진하였다. 특히 이 날은 장미란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로 벌떼같은 관중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며 장미란 선수의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 장미란 선수의 첫 번째 용상 경기가 진행되었고,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환호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인상과 달리 용상은 역기를 어깨에 한 번 걸쳤다 다시 한 번 힘을 가해 최종적으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과정을 거친다. 즉, 총 2번의 힘을 써야하는데, 머리 위로 역기를 들어 올리는 두 번째의 경우는 고도의 집중력과 파워를 요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때의 함성과 박수는 당연히 선수의 집중력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기에 큰 파워를 요하는 종목의 특성상 팬들의 ‘으라차차’ 응원이 선수에게 힘을 북돋워 줄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역도 응원 시에는 심판의 성공 버저가 울리기 전까지는 반드시 침묵을 지켜야 하며, 이 순간은 오로지 침묵 만이 유일한 응원이고 격려가 된다고 하겠다.

장미란 선수의 이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이 같은 일이 본인도 있었노라는 김연아 선수의 ‘고백’이 이어졌다. 가장 힘들었던 대회를 묻는 질문에 1년 전 국내에서 열렸던 2008 그랑프리 파이널대회를 꼽은 것.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피겨 국제대회로 이틀이 두 달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다는 김연아 선수는 국민들의 과도한 응원에 기권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겨 요정이자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는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기 위해,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을 ‘목청껏’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수많은 관중을 비롯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반응에 마음을 다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응원에 있었다. 점프와 스핀, 스파이럴 등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피겨스케이팅은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이다. 따라서 경기 시작 전 박수와 약한 환호로 선수에게 격려를 전한 뒤, 기술 동작에서는 물론이고 경기 중에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매너이다. 그리고 경기 후에 기립 박수로 선수에게 마음을 전한다. 즉, 김연아 선수의 말대로 피겨는 ‘응원’이 아니라 ‘관람’을 하는 스포츠인 것이다.

이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장미란, 김연아 선수는 적잖은 질타를 받기도 했으나 꽹과리와 호루라기로 대표되는 ‘월드컵식’ 응원에 익숙한 국내 스포츠팬들의 응원 매너와 관람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시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 역도선수권대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 중인 장미란 선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관람객들. (출처: 김지한 기자)  무료입장으로 관중석은 가득 찼지만 관중과 질서와 에티켓은 실종됐던 2009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출처: http://blog.naver.com/xmato85)                                                                  



2. 골프, 갤러리 문화도 세계 수준으로


작년 가을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 코오롱챔피언십에 참가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선수의 한국어 한마디는 듣는 이들을 낯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드레스 직전 갤러리들의 움직임과 수다, 카메라 셔터 소리, 그리고 오초아 선수의 “조용히 좀 해주세요”.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의 입에서 나온 간곡한 이 한마디는 오초아 선수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예측케 했다. 이미 2007년 국내 PGA 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은 비제이 싱(피지) 선수가 우승 소감 중에 ‘내년에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달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어글리 갤러리’는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LPGA에선 경기장 내 카메라와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직 이러한 소지 금지 규정이 도입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갤러리 스스로의 매너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경주 선수의 경우 샷 직전 휴대폰의 진동조차도 방해가 된다고 말할 정도로 골프에서의 정숙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어드레스 순간은 최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으로 이 때의 카메라 셔터나 플래쉬, 휴대폰의 벨소리나 진동 같은 요인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해야 함을 고려하여 걸음소리에도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하며 소음 뿐 아니라 잔디를 손상시킬 수 있는 여성의 힐이나 구두의 착용은 피하는 것이 예의이다.

90년대 박세리 선수의 LPGA 챔피언십 우승을 필두로 시작된 한국 골퍼들의 세계 정상 정복, 그리고 그에 반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의 갤러리 문화. 선수들이 힘들게 쌓은 공든 탑을 국민의 이름으로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갤러리 문화에 성숙한 관람 에티켓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2006년 인천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대회에서 위성미 선수의 티샷 순간 각종 카메라, 휴대폰으로 장면을 찍고 있는 갤러리들. (출처: 연합뉴스)



3. ‘부부젤라’의 위력을 통해 본 경기장 소음 (집중을 방해하기 위해 악용되기까지 하는 소음)

금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가장 유명해진 무언가를 고르라면 분명 ‘부부젤라(vuvuzela)’가 몇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남아공 최대부족 줄루족의 전통악기인 부부젤라는 소음도가 120~140dB로 사격장이나 기차의 소음보다 크고, 심지어 121dB인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보다 크다. TV를 통해 중계방송을 시청할 때도 이 부부젤라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려 해설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현장에서 선수들이 직접 듣는 부부젤라의 굉음이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선수들은 심판의 호각소리를 들을 수 없고,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으며, 경기장의 관람객과 중계 시청자들 또한 반(反) 부부젤라를 입 모아 주장했다. 또 최근 테니스 윔블던 대회에서도 부부젤라가 등장해 경기 집중에 방해가 된다는 선수들의 이의제기가 속출해 결국 대회 본부측이 경기장 내 부부젤라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6일 2012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기간 동안 부부젤라 사용 금지’를 선언, 2010년 졸지에 글로벌 유명인사가 된 부부젤라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력에 있어 소음의 문제는 비단 몇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의 사기 진작이 정비례 관계인 것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축구에서조차 이러한 문제가 나타났으니 말이다. 물론 부부젤라의 경우 스포츠 상황에서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건 심각한 수준의 소음도를 유발하는 응원도구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과한 응원이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현지 중국인들의 도를 넘은 응원이 비매너로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특히 우리나라 양궁 여자대표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집중하고 활 시위를 당기는 순간 ‘짜요’의 고함, 심지어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호루라기 소리까지, 선수 뿐 아니라 다른 관중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국팀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상대국가에 대한 견제로 응원이 악용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축구의 프리킥, 코너킥, 패널티킥, 야구의 타격 순간, 그리고 농구의 자유투 순간 등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이러한 야유는 때로 투지를 불러일으키고, 관중의 열의를 돋구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애교있는’ 응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즉 매너와 에티켓이다. 그리고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응원은 선수에게 부담과 중압감으로 다가와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불러 오히려 경기력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결정되는 스포츠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선수와 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승패를 벗어나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의 스포츠 정신이다. ‘하는’ 스포츠 뿐 아니라 ‘보는’ 스포츠가 하나의 컨텐츠로 굳게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 관중과 팬들에게도 이 페어플레이 정신이 각인되기를 바란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처음 등장하여 화제가 된 응원도구 부부젤라.(출처: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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